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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사 '적자'의 비밀 [thebell note]

방글아 기자공개 2018-12-17 08:23:11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4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사이 자동차 부품사 재무자료를 볼 때면 빠뜨리지 않고 챙겨보는 지표 하나가 있다. 이자보상배율이다. 부품업계가 어렵다는 말은 못이 박히게 듣지만 이 숫자를 확인하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편이다.

이는 중소 제조사들의 손익계산서상 수치를 100% 신뢰하지 말라는 회계사들의 조언에서 비롯됐지만, 최근에는 이곳 저곳에서 듣게 된 부품업계 생리로 인해 현금흐름표와 함께 꼭 챙겨보고 있다. 벤더사 현금창출이 원청사의 그것 보다 항시 낮게 유지돼야 한다는 국내 차 업계 불문율에 대한 내용이다.

눈 대중으론 지난 3분기까지 국내 상장 부품사 다섯곳 중 두곳이 1을 밑도는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했다. 올 들어 열심히 회사를 경영한 결과 이자 갚기만도 버거운 이익을 거둔 곳이 상당하다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눈에 띄는 판관비 절감을 이룬 곳은 그만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적자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커져만 갔다. 최근에는 회생법원 모 판사와 나눈 대화 이후 거의 확신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실제 차 업계가 어려운 게 맞느냐고 물었다. 누구 보다 불황을 가까이서 느낄 회생 사건 담당자의 입에서 나온 말로는 다소 의아한 질문이었다.

차 부품사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회계사들은 '어떻게 하면 영업이익을 적게 보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회계정보는 기업이 '우리 잘 하고 있어요'를 강조하기 위해 이익을 부풀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가 더 많다는 설명이다.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기업이 노리는 이익은 무엇일까. 가장 흔하게는 절세일텐데, 이자 갚기만도 빠듯한 상황이라면 가뜩이나 큰 적자를 더 부풀려 얻을 기대이익은 많지 않아 보인다.

부품업계 재무담당자들의 속내를 들으니 적자 과장은 과세당국 보다 더 두렵다는 완성차 구매팀에 있었다. 지난 십수년 간 동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며 성장을 책임졌던 든든한 형이 요새는 감가상각비와 같은 회계상 비용을 제한 현금창출력을 보고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단 설명이었다.

영업적자라도 회계상 비용을 제하면 이익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감가상각비로 떨어낼 자산이 많은 기업일수록 그 격차가 크다. 투자 자산이 많은 부품사로선 적자 폭을 적정 범위 내에서 확대하지 않고선 더 큰 원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쟁적으로 적자 폭을 키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다.

물론 실제 파산에 이를만큼 어려운 곳도 적잖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곳들은 회계상 드러나는 숫자 보다 꽤 괜찮게 운영되고 있다. 은행권은 이 같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출 등에 불이익을 가미하고 있다. 차 부품사에 대한 의심이 이자보상배율을 보다 짠한 마음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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