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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금융그룹의 변화]과도기 들어간 '기업 구조조정' 역할③'역량 키우겠다'는 혁신안 발표 2년만에 조직 축소…이동걸 회장 향한 평가 엇갈려

정미형 기자공개 2019-01-04 10:57:36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에 이동걸 회장이 부임한 지 1년하고 3개월이 지났다. 2016년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는 2년여가 흘렀다. 산업은행은 당시 구조조정 역량 제고,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등 6대 혁신과제를 정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은행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최전방에 있다 혁신창업기업 육성 등 신성장 동력으로 그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혁신안에 비춰 이동걸 회장 부임 전후로 산업은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31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은 조선·해운업체의 경영이 악화되며 위기가 심해지던 해였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구조정이 이뤄졌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부실 여신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부실 관리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산업은행은 혁신안을 발표하며 구조조정 역량 강화도 함께 내걸었다.

지난 9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역할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신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동걸 회장은 "기업과 산업을 말아먹긴 쉬워도 새롭게 키우긴 어렵다"며 "발굴해서 키우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과 2년 전 혁신안 발표 때만 해도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겠다고 나선 산업은행은 현재 오히려 구조조정 기능에 힘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28일 발표한 연말 조직 개편에도 반영됐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부문을 구조조정본부로 축소하는 대신 지난해 신설된 혁신성장금융본부를 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능 축소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부임 이후 기업 구조조정 부문에 쏠려 있는 무게 추를 조금씩 옮겨왔다. 올 초 인사에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을 도맡아온 정용석 전 기업구조조정부문 부행장과 김석균 기업구조조정 1실장이 물러났다. 금호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구조조정 베테랑들이다.

정부도 구조조정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산업부로 옮기며 산업은행에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부산·경남지역 조선업 현장간담회에 성주영 기업구조조정부문 부행장 대신 배영운 해양산업금융본부장을 배석시킨 것도 산업은행의 이런 스탠스를 잘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능 축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업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그동안 산업은행이 모든 구조조정을 주도하다 보니 민간 자본시장의 구조조정 역량이 발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정치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 때문에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하거나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 이 역할을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우조선의 경우 부실한 재무 상태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하지 않아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 끌며 결국 청산까지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정치적 논리가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은구조조정기업부채비율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기능 축소로 역량까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대우건설 등 구조조정 이슈가 남아있는 상태인 데다 모두 규모가 크고 상황이 좋지 않은 곳들이라 문제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건 사실이지만 아직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며 "앞으로 매듭지어야 할 굵직한 기업들이 많은데 기능을 축소해버려도 괜찮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곳은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한국수출입은행 정도가 있다. 하지만 최근 수출입은행도 조직 개편을 통해 해양·구조조정본부를 없앴다.

이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역량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원칙론자'로 불리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 원칙을 고수하며 STX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14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현대상선이나 R&D 법인 분리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한국GM과 관련해선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산업은행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학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민간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산업 발전을 위해 자금 공급하는 역할을 산업은행이 했다"며 "현재는 민간 부분이 커져 다시 한 번 산업은행의 재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혁신성장금융으로의 변모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IBK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복되는 게 없지 않아 있다"며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이 사실상 남은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줄여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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