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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동산 펀드매니저 인력쟁탈전

이충희 기자공개 2019-01-07 09:42:0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4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15조원 이상 커져 전체 규모가 75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15조원에 이어 2년 동안 30조원이나 늘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는 전체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펀드 전성시대라 부를만 하다.

부동산 펀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인력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운용사들이 전보다 공격적으로 펀드 설정에 나서는 상황에서 신생 운용사까지 대거 생겨난 영향이다. 운용사들은 능력이 검증된 타사 부동산 펀드매니저들을 영입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몸값이 뛴 매니저들은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하우스로 이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펀드매니저 대량 이직 행렬이 훗날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본인이 처음 설정해둔 펀드 운용을 완주하지 않은 채 새 회사로 옮기는 게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펀드는 최초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 보다 3~5년 뒤 보유 자산을 얼마나 잘 매각하느냐가 최종 성과의 관건이 된다.

최근 만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부동산 펀드는 최초 딜을 주관한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마지막 자산 매각까지 책임지는 게 이상적이다. 그래야 처음 투자 결정할 때 심사숙고한다.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엔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하락할 수 있어 더 문제다. 새로 업무 인계받는 운용역들은 자산 가격 하락 책임에서 보다 자유롭다. 매각가격이 얼마가 되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체계를 잡은 부동산 펀드 수수료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설정되는 공모 부동산 펀드의 경우 최초 자산매입 가격의 1% 안팎을 매입 성과 보수로 책정하고 있다. 3000억원 짜리 빌딩을 사면 30억원을 곧장 운용사가 떼어간다. 해당 딜을 주관한 매니저와 팀은 펀드 설정 직후 쏠쏠한 성과보수를 챙겨가는 구조다.

이런식의 보수 체계는 펀드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매니저들이 펀드를 되도록 많이 설정해 높은 매입 보수를 챙긴 뒤 타사 이직하는 사례가 양산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동산 펀드매니저 이직은 그래서 더 줄어들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인력 쟁탈전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부동산 운용업계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운용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펀드의 안정적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최근 2~3년간 늘어난 30조원 넘는 부동산 펀드들이 훗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매니저들이 보다 긴 호흡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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