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산은 금융그룹의 변화]기약 없는 금융자회사 매각④KDB캐피탈, 잠정 중단…KDB생명, 2020년 목표

정미형 기자공개 2019-01-04 13:20:00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에 이동걸 회장이 부임한 지 1년하고 3개월이 지났다. 2016년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는 2년여가 흘렀다. 산업은행은 당시 구조조정 역량 제고,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등 6대 혁신과제를 정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은행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최전방에 있다 혁신창업기업 육성 등 신성장 동력으로 그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혁신안에 비춰 이동걸 회장 부임 전후로 산업은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4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인 지난 2017년 1월 초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2016년 매각이 무산된 KDB생명보험과 KDB캐피탈(이하 산은캐피탈)에 대해 매각이 될 때까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업황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사실상 제값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KDB생명은 세 번째, 산은캐피탈은 두 번째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을 2020년으로 미뤄뒀다. 산은캐피탈 매각의 경우 이동걸 전 회장이 시기를 늦추겠다 시사했지만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두 금융 자회사는 경영 비효율성이 커졌다. KDB생명은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채 자본 확충만 한 밑 빠진 독 신세가 됐고, 산은캐피탈은 매각 불확실성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 지난 9월 이동걸 회장이 "KDB생명은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 말하며 매각 의지를 다졌지만, 여전히 매각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는 점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자리 찾은 KDB캐피탈

KDB캐피탈은 2015년과 2016년 총 두 차례 매각 절차를 진행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산업은행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고수하다 매각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동걸 전 회장이 매각 추진을 강조하다 시기를 늦춘 점도 제값을 다 못 받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오히려 KDB캐피탈은 매각 작업이 중단되며 날개를 달았다. 그동안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매각 불확실성이 산은캐피탈에 큰 리스크로 작용했다. 캐피털사 특성상 조달 금리를 최대한 낮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그만큼 이익은 줄어든다. 산은캐피탈 매각 이슈의 경우 지배구조 변경은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의미로 곧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KDB캐피탈

그러나 지난해 들어 산은캐피탈은 매각 작업이 사실상 중단되고 지속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내며 알짜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지난 3분기 누적 별도 당기순이익은 11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과 2016년 총 두 차례 매각 절차를 진행했던 때보다 개선된 수치로, 2014년과 2015년 당기순이익은 각각 1021억원, 89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산은캐피탈에 대해 "기업금융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며 투자금융 확대를 통해 사업기반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재무안정성과 자산건전성 모두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산은캐피탈이 정책금융을 수행할 벤처캐피탈 역할을 할 수 있는 점도 재매각 일정을 짜지 않는 이유로 분석된다. 산은캐피탈 측은 "벤처투자를 확대하는 기조는 맞지만 정책금융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모회사인 산업은행도 '혁신성장금융'을 강조하고 나서며 산은캐피탈이 자금공급과 업체 발굴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당장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을 팔 이유가 없다"며 "현재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되는 등 수익성이나 건전성 모두 회복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매각 사수생' KDB생명

KDB생명은 매각이 지지부진 지연되는 동안 애물단지가 됐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이 자금을 계속 투입하고 있지만 경영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2016년에 걸쳐 총 3차례 KDB생명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은 애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는 2020년 매각을 목표로 매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 시도가 있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2014년 655억원이던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274억원으로 감소했고,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102억원 7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수 이후 보험 경험이 전무한 산업은행 출신이 잇달아 경영진으로 선임된 탓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익종 전 사장(2010~2011)과 안양수 전 사장(2015~2018)을 비롯해 안동명·권영민 전 부사장과 임해진 현 수석부사장 모두 산업은행 출신이다. 이런 비판이 일자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KDB생명 신임 대표로 전문성을 갖춘 정재욱 사장을 수장으로 앉히고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KDB생명의 재무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말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2018년 들어 흑자로 돌아섰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도 지난 3분기 200%를 넘어섰다. 2017년 말 기준 108.5%까지 떨어진 RBC 비율은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영향이 호재로 작용하며 2018년 3분기 기준 222.2%로 개선됐다.

KDB생명_w

그러나 여전히 KDB생명 매각은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확충을 단행해야 한다. 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 방식을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꿔 보험사가 자본금을 더 쌓아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이 투입해야 할 자금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돈만 인수 금액을 합쳐 1조원이 넘지만, 이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파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손실을 보더라도 팔겠다고 말한 것처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혈세를 투입하느니 빨리 파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다만 생명보험업계가 침체돼 있는 데다 매물도 적지 않아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 때문에 매각 타이밍이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진다고 지적한다. 매각을 서두르면 '헐값 매각'이란 지적을, 빨리 팔지 않으면 부실 위험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지배구조 한계상 시장 논리에 의해서만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동걸 회장과 그의 측근인 정재욱 KDB생명 사장이 경영 정상화와 함께 매각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