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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금융그룹의 변화]지배구조 변화는 여전히 실험중⑤ 혁신안 대부분 이행 불구 정책금융기관 태생 '한계'

정미형 기자공개 2019-01-08 14:41:37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에 이동걸 회장이 부임한 지 1년하고 3개월이 지났다. 2016년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는 2년여가 흘렀다. 산업은행은 당시 구조조정 역량 제고,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등 6대 혁신과제를 정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은행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최전방에 있다 혁신창업기업 육성 등 신성장 동력으로 그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혁신안에 비춰 이동걸 회장 부임 전후로 산업은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4일 1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2016년 10월 말 혁신안을 발표한 지 2년이 넘게 흘렀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관리 부실을 문제로 조직 쇄신을 요구받은 산업은행은 모두 19개의 혁신안 과제를 내걸었고 현재 대부분 이행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대주주가 정부인 산업은행 지배구조 특성상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혁신안 마련에서부터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6년 학계 전문가와 임직원들로 구성된 KDB혁신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는 임시조직으로 2016년 6월 ‘KDB 혁신 추진방안' 발표하고 실행 가능한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됐다. 혁신위는 8월부터 11월 약 넉 달간 운영되며 수시로 모여 산업은행 혁신과 관련해 머리를 맞댔다.

이렇게 나온 혁신안이 지난 2년여간 이행됐다. 대외적으로 구조조정 역량 제고와 출자회사 관리 강화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기업에 산은 임직원의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고 매각 가능한 출자회사를 빠르게 정리했다. 내부적으로는 11개 부문이었던 조직을 9개 부문으로 축소하고 정원의 10%를 단계적으로 감축했다.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도 있었다. 우선 산업은행은 다음 해인 2017년 1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했다. 사외이사를 추천위원의 과반수로 구성하고 공정한 임원 선임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기존에는 임추위 없이 산업은행 회장 단독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였다. 아울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수도 늘렸다. 2016년 8월 말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이던 이사회 체제는 이후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체제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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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 부임 이후 지배구조 개선은 비로소 완성되는 모습이었다. 산업은행 이사회가 지난해 8월 이윤 이사를 신규 선임하면서 비로소 사외이사 5인 체제가 완성됐다. 학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외이사가 늘면서 외부 견제 기능이 강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잘하는지 감시하는 눈이 더 늘어난 것과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동걸 회장은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월 경영 부실에 시달리는 KDB생명보험에 정재욱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KDB생명은 그동안 보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산업은행 인사들이 경영진으로 오면서 경영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보험 분야에 손꼽히는 석학인 정재욱 사장을 KDB생명 대표에 앉혔다. 산업은행 부행장급 인사가 대표이사를 맡아온 KDB캐피탈 역시 이동걸 회장 부임 이후 내부 출신 인사가 대표로 승진했다. 김영모 산은캐피탈 대표는 2017년 산은캐피탈 부사장으로 와 첫 내부승진 CEO가 됐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평가는 냉혹하다. 산업은행이 다양한 혁신안을 이행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보면 구조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며 "산업은행이 하는 역할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하나 점검해보면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산업은행의 운영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남아있다. 지난해 신규 선임된 이윤 산업은행 사외이사는 이동걸 회장과 과거 산업연구원 재직 기간이 겹치고, 정재욱 KDB생명 사장의 경우 이동걸 회장과 다양한 논문을 함께 쓰며 두터운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모 산은캐피탈 대표 역시 결국 산업은행 부행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반면 산업은행의 이런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산업은행은 설립부터 다른 은행이나 금융기관과는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며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서도 "산업은행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관리 감독할 필요성이 있다"며 "단순히 개인적 친분만으로 인사를 해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학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 혁신을 위해서는 산업은행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경제 상황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산업은행 역할도 변화한 만큼 어떤 역할을 할지 재정의를 내리고 이에 맞게 조직 역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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