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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 수십 장과 눈물 발언, 이호진 전 태광 회장 운명 바꿀까 재파기환송심 2심 공판…최종 선고 내달 15일

박기수 기자공개 2019-01-17 10:19:43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6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의 오너십 문제가 7부 능선을 넘었다. 16일 재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은 다음 달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선고 결과에 따라 향후 태광그룹의 행보도 극명히 갈릴 예정이다. 실형이면 오너십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집행유예 시 70여 개월 만의 경영 복귀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이 꺼내든 카드는 수십 장의 파워포인트(PPT) 프레젠테이션 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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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고등법원 형사6부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재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 구형 이후에는 변호인들의 변론이 이어졌다. 스크린에 준비해온 파워포인트 파일을 연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의 양형 근거를 차례대로 읽어나갔다. 주요 내용은 △재산범죄와 조세범죄를 각각 분리해 양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 △형의 합이 3년6개월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집행유예의 긍정 사유가 많고 집행유예를 권고한다는 점 등이었다. 파워포인트 내용에는 이 전 회장의 어린 시절부터 회장에 부임하기까지의 인생을 담은 내용도 있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학자의 길을 걷다가 뜻하지 않게 승계자가 됐다"며 "(2010년대 초) 처음 구속되고 두 달 만에 간암이 발견돼 간의 35%를 떼냈다. 자살 시도도 두 번 했었다"고 말했다. 간질환 내용을 설명할 때 변호인은 목이 메기도 했다.

변호인은 최근 태광그룹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재판관에게 어필했다. 지난해 11월 그룹 공익재단인 일주세화학원으로 이 전 회장이 티시스 지분 17만5617주를 무상 증여하고, 이어 지난해 말 태광산업이 300억원을 증여했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인은 "태광산업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이 전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사회기부행위가 그 자체로 불법 감소는 못 해도 강한 사회 유대성을 보여준다. 이 부분 추가 양형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지난해 12월 태광그룹이 도입한 정도경영위원회 시스템도 어필했다. 정도경영위원회는 태광그룹이 기업문화 쇄신을 목적으로 도입한 상설 기구다. 초대 위원장으로 외부 인사이자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보도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겪다 사표를 제출한 사연으로 유명한 임수빈 검사를 선임했던 바 있다.

3인의 재판관들은 검사의 구형 내용과 변호인의 장대한 PPT 설명을 유심히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이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시종일관 허공을 응시하던 이 전 회장은 변호인들이 정도경영위원회를 언급할 때 방청석에 앉아있던 임수빈 위원장(사장)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관의 말에 입을 열었다.

이 전 회장은 "반성 없이 음주가무 하며 돌아다닌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나는 병원에서만 몇 년을 갇혀 있었다"며 "집에 왔다갔다한 생활 자체가 길지 않고 술집에 가본 적도 없다. 이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며 최근 불거진 '황제 병보석' 논란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준비된 대본을 읽어내려가면서는 이내 침착한 모습을 되찾았다. 눈물도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책임있는 기업가로서 여기 서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 여러가지로 폐를 끼친 태광 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여러분은 나와 달리 한마음 한뜻으로 태광이 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태광그룹의 운명이 걸린 이 전 회장의 최종 선고일은 다음 달 15일이다. 재파기환송심으로 고등법원에 재차 내려온 사건이라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변호인단의 PPT와 이호진 전 회장의 눈물이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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