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17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시무식을 주재했다. 손수 쓴 신년사를 읽어내려 가며 새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미래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 시무식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사업계획 및 매출 목표 등 경영 현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한진그룹 총수이자 조 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떠났다. 한 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조 사장을 도와 한진그룹 내 호텔사업을 책임지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 체류 중이다. 진에어를 이끌던 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함께 미국에 있다. 어머니 이명희 씨도 조 사장 곁에 없다.
조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차세대 한진그룹 총수로 낙점 됐지만 대관식 까지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늘 조 회장의 뒤에서 경영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여론에 비춰지곤 했다. 조 사장 자신도 전면에 나서 활동반경을 넓히지 않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재에 조 사장은 전면에 나서야 했다. 한진그룹 총수로 공식 데뷔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한국에서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조 사장이다. 갑자기 홀로 큰 짐을 짊어지게 된 조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실적 정체와 재무구조 악화 등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갈수록 줄어드는 항공시장 점유율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고속성장으로 대한항공은 이중고를 맞고 있다.
영업부문에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조 사장은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갑질 사태'로 촉발된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불신을 타고 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에 홀로 남겨진 조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정식으로 홀로서기를 하지 못한 조 사장은 여러 무게를 견뎌야 하는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진그룹을 둘러싼,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을 둘러싼 여러 악재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무게감이 클 것 같다. 한진그룹 총수로 서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조금 일찍 서게 된 조 사장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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