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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제네릭이 '짝퉁'일까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19-01-28 08:21:03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5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홉 살짜리 첫째 딸이 A형 독감 판정을 받은 건 작년 12월이다. 동네 병원에서는 통과의례 마냥 처방전을 써줬다. 그 유명한 타미플루다. 물론 부작용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이는 정신착란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식겁한 나머지 대학병원 응급실으로 내달렸다. 담당의사는 수액을 주사하며 더이상 타미플루는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첫째가 낫는가 싶더니 독감은 둘째 아들로 옮겨갔다. 타미플루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했던 만큼 처음부터 주사를 놔달라고 했다. 의사는 주사약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으니 일단 타미플루를 먹으란다. 타미플루 외에 마땅한 약은 없다는 의사의 말에 보호자인 나는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의사의 말은 거짓이었다. 비슷한 약이 없을 뿐 똑같은 약(제네릭)은 많았다. 현재까지 국내 제약사 52곳에서 복제약 163개를 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생동성 시험 등을 통과했고 효능이나 성분 면에서 사실상 동일하다고 평가받는 약들이다. 하지만 병원 대부분은 타미플루만을 처방하고 있었다. 대체재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약사의 타미플루 부작용 고지 여부는 큰 의미가 없었다.

처방전은 결국 의사의 권한이다. 가격이 싼 제네릭이 널려 있는데도 가운데 의사들이 오리지날 약만을 고집하는 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타미플루 특허 만료(2017년 8월)가 이뤄진 지 1년 반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렇다. 제약업계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를 리베이트 이슈와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2017년 기준 국내 시장 기준 타미플루 매출은 600억원이 넘는다.

타미플루가 어떤 약인가. 2009년 신종플루 유행으로 몸살을 앓았을때 물량 부족으로 전세계 환자들의 애를 태운 약물이다. 국내에서도 사재기가 이뤄졌고 정부는 제네릭 개발을 적극 종용했다. 일부는 제약사들이 급하게 제네릭을 만들면서 효능 면에서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하지만 납득은 잘 가지 않는다.

재밌는 건 일부 타미플루 복제약 회사들의 대응이다. 이들조차도 자사 제네릭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것에 심드렁하다. '어차피 독감=타미플루'라는 공식을 거스를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일부 퍼스트 제네릭 외에는 실적 면에서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정부가 남북 보건·의료 협력 차원에서 북한에 타미플루 20만명 분을 보내기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북한이 콕 찝어서 스위스 로슈사의 타미플루를 요청했다고 한다. 재고소진 목적도 있겠지만 정부가 국내 제네릭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이래저래 돈을 버는 건 해외 제약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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