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CES 2019'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대표공개 2019-02-01 08:30:05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0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1월 초순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는 글로벌 혁신의 경연장이다. 올해도 4000여개의 기업과 18만명이 넘는 등록관람자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CES 시즌이 되면 국내 언론들도 특집기사를 통해 혁신의 트렌드와 놀라운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들의 데뷔를 전한다. 이처럼 전세계 언론의 스폿 라이트를 받는 CES에서 삼성과 LG 두회사는 명실상부하게 가장 화려한 부스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써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전시관에 가장 넓은 면적을 할애하여 CES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두 회사는 주최측에겐 정말 소중한 존재일 듯하다.

2019년 CES에서도 여전히 두 회사는 세련된 디스플레이와 볼거리로 사랑을 받았다. 보이는 것에 대한 감탄의 정도는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성도 높은 롤러블 TV를 선보인 LG가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데 더 유리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간판 가전회사가 세계무대에서 간판스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는 막상막하인 두 회사의 2018년 영업이익은 스무배 이상 차이가 난다.

화려함과 볼거리에서는 한참 뒤지는 아마존 부스에서는 자신들의 제품보다 다른 회사들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음성비서 알렉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 지를 주로 전시했다. 보이는 것만으론 일견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3.5배다. 중국발 매출부진으로 시가총액이 뒷걸음치긴 했지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3.2배인 애플은 CES에 부스를 차리지도 않았다. 미국최고의 기업들과 한국의 간판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구별하는 데 있다.

자랑스러운 삼성과 LG의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보이는 것을 대표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는 한국의 K-Pop과 Show 비즈니스 또한 보여주는 것에 대한 한국인의 DNA가 세계최고 수준임을 확증해 준다. 하지만 보이는 것을 잘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은 반대로 시간이 갈수록 더 나은 보여주기에 대한 부담을 전제로 하기에 어렵다. 더 세밀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4K 디스플레이 기술이 8K로 진화하고 있지만 이것을 인식하는 사람의 눈은 더 좋은 정도를 구별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보이지 않는 것을 장악하고 이것을 확장해나가는 노력은 초기공략은 어렵지만 일정부분 파이를 확보하면 훨씬 덜 부담스러운 영역이 될 수 있다.

작년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던 아마존의 음성비서 알렉사는 위기감을 느낀 구글의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도전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보이지 않는 음성비서의 경쟁은 더 많은 회사가 자사의 음성비서를 채택하도록 독려하는데 있다. 최종소비자의 입장에선 어떤 음성비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편리함의 정도는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내가 좋아하는 식단, 관심있는 영상콘텐츠, 쇼핑리스트 등 나를 더 잘 아는 비서가 나에게 더 나은 솔루션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웬만해선 바꾸기 어려운 건 기본이다.

우리는 투자를 할 때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 그것은 보이는 것인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그 보이는 것 또는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는 지속가능한 가치인가? 아니면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가치인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문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은 특정국가의 주식은 늘 저평가 되어 있다고 하고 다른 국가의 주식은 늘 비싸다고 하는 문제와도 통하는 주제다. 매년 CES에 출전하는 수많은 기업들 그리고,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 기업들 중에서 보이는 것의 가치와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구별하고 인식하는 것은 마치 추상화의 가치를 시장이 평가하는 것처럼 어렵다. 하지만 재밌고 의미있는 일이며 매년 CES는 그 안목을 키우는데 더 없이 좋은 장을 제공하고 있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미래에셋증권 국내 및 AI, 해외펀드 마케팅팀장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생명보험 변액보험운용실장
미래에셋생명보험 증권운용본부 본부장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