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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운용, 스튜어드십코드 활용법 '달라졌다' 이슈대응 서한발송대비 강해진 전략..태평양물산 부동산매각 등 '전략적' 요구

이효범 기자공개 2019-02-01 09:34:22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1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기업에 공개서한을 전달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9월 큐리언트가 갑작스럽게 유상증자 추진 공시를 실시하자 이에 대응하는 서한을 보냈다. 당시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들의 권익이 훼손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3자 배정으로 참여기회마저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와 비교해 최근 태평양물산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관여 활동은 한층 더 전략적으로 변했다. 투자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 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해당기업에 제안했다. 부동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이라는 제안을 직접 내놓은 것.

그동안 하락세에 있던 태평양물산의 주가 때문에 차익실현에 나서지 못했던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번 활동을 통해 태평양물산의 변화를 이끌어 낼지 관심이 쏠린다.

◇태평양물산에 어떻게 물렸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태평양물산 지분을 처음으로 5% 이상 취득한 시기는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해 주식 194만3998주(지분율 5.03%)를 매입했다. 이같은 매수세는 거의 1년간 이어졌다. 2015년 상반기말 기준 보유한 주식수는 507만8935주(12.82%)에 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후 지분율을 더이상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2015년 7월말 기준 주식수를 465만1945주(11.74%)로 줄였다. 한동안 특별한 지분율 변동이 없었던 가운데 2016년과 2017년을 거쳐 점차 지분율을 축소했고, 작년말 기준 보유한 지분율을 6.51%까지 떨어뜨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시점인 지난 2014년 8월 17일 태평양물산 주가는 이미 5064원이었다. 또 이듬해 지분율을 12.82%까지 늘린 2015년 상반기말까지 1주당 주식 취득가격은 최소 5000원 이상이었다. 때로는 7000원 이상의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태평양물산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지만 기대와 달리 주가 방향성은 점차 바뀌었다. 주가는 2016년 상반기 동안 장중에서 5000원을 넘어선적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장중에서도 5000원을 넘어선 적은 없다. 주가는 2017년과 2018년에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였고 최근까지 2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태평양물산 주가 상승기에 지분율을 늘렸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투자금 회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과 함께 태평양물산의 주가가 27% 하락하면서 그동안 주식매입에 투입했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고심 끝에 꺼낸 카드 '스튜어드십코드' 통할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운용 중인 다수의 펀드를 통해 태평양물산을 편입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 보유한 지분율은 6.51%로 태평양물산의 2대주주다. 펀드 대부분은 가치투자 전략으로 태평양물산에 투자했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다고 판단하고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장기간 보유하는 운용 전략이다.

이같은 경우 공개적으로 투자기업에 주주서한을 보낸 것은 운용사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 있다. 단일 기관투자가가 특정 종목의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다른 기관이나 개인들이 투자를 꺼리를 경우가 많다. 해당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기존 기관투자가가 매도물량을 쏟아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태평양물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와 함께 주주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요주주의 요구사항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주주관여 활동으로 태평양물산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제안과 달리 태평양물산이 당장 사옥을 매각해야 할만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의 사옥매각은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용평가사의 보고서에도 태평양물산의 작년 9월말 기준 총차입금 3596억원에 대해 과도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주관여 활동 주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스튜어드십팀이다. 국내 운용사 가운데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된 전담 실무조직을 갖춘 곳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튜어드십팀은 발송한 서한에 대한 답변을 내달 8일까지 태평양물산에 요청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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