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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국내 기업, 원화·외화 조달 순풍 [Market Watch]투자 수요 폭발, 증액 발행 잇따라…경기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피혜림 기자공개 2019-02-07 09:52:31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폭발적인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연초 국내외 채권시장을 찾은 이슈어(Issuer)들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이슈어들은 원화 회사채 시장은 물론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기관 투자금을 모아 증액발행과 금리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기관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는 연초란 점을 고려해도 역대급 수급 기류로 파악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대거 유입된 점이 주효했다. 원화 채권 시장의 경우 국내외 증시, 대체 투자 등의 침체로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채권으로 자금이 몰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이어지는 등 불안감이 커지자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서 상대적으로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한국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외화 채권 발행, 줄줄이 흥행

올해 원화와 외화 공모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줄줄이 오버부킹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AA급 이상 우량 발행사를 중심으로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기관 자금이 쏠리기도 했다. 지난달 8일 기관 투자자 모집에 나섰던 CJ제일제당이 1조 4800억원의 청약금을 모은 것을 시작으로 롯데쇼핑(1조 5000억원)과 KT(1조 4600억원), SK인천석유화학(1조 4400억원) 등이 조단위 수요를 모았다.

한국물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달 14일 달러 그린본드 발행을 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수요예측에 나섰던 한국중부발전은 발행금액(3억달러)의 10배에 가까운 주문을 확보했다. 뒤이어 한국물 발행에 나섰던 한화토탈과 한국석유공사, 수협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서부발전, KB국민은행, 현대캐피탈아메리카, 현대캐피탈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흥행에 힘입어 이슈어들은 증액 발행을 거듭했다. 지난달 원화 공모 회사채 발행을 마친 21개 기업 중 한솔케미칼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발행규모를 늘렸다. 한국물 시장에서도 당초 300~4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이었던 한국석유공사가 700억엔으로 발행액을 늘리는 등 증액이 이어졌다.

이에 국내 회사채 월간 공모채 발행규모는 2012년 이후 최대치에 도달했다.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 회사채(SB·Straight Bond) 발행규모는 총 6조 6980억원이었다. 2017년 7월(6조 6993억원) 이후 최고치다.

한국물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까지 1월 한국물 발행에 나서는 기업은 2~4곳 가량이었다. 반면 올해는 1월에만 9곳의 기업이 프라이싱을 마쳤다.

◇불안한 시장환경, 안전자산 '반사이익'

국내외 불안한 시장환경이 회사채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경우 국내외 증시, 부동산 등의 대체투자 쪽에서 손실 위험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채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금리가 꾸준히 떨어진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경기개선에 따른 결과가 아닌, 미국 금리인상과 자본유출 등으로 이뤄진 결정인 탓에 시장금리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 또한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전년 동기대비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은 한국물 수요를 높였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으로 이머징 마켓 자금이 더욱 한국물로 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AA 수준으로 이머징 국가 중 높은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 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AA급 한국물이 상대적으로 우량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머징 마켓 내 AA급 신용도를 보유 중인 곳이 드물어 해당 시장에 투자해야 하는 자금이 AA급 한국물에 몰렸다"고 말했다.

외화 채권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 점 또한 플러스 요소가 됐다. 지난해부터 남북 관계가 개선되자 한국물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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