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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물산, 더딘 재무개선…사모채 의존 심화 [Junk Bond Issuer]과도한 차입금·300%대 부채비율…금융비용 부담 확대

심희진 기자공개 2019-02-12 07:53:36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8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평양물산이 의류제조 부문의 판매처 확대와 우모가공 부문의 재고관리 등에 힘입어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개선된 현금창출력을 감안해 신용평가사 3곳은 태평양물산의 신용등급(BB+)에 붙어 있던 '부정적' 꼬리표를 떼고 아웃룩을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확장 기조와 2015~2016년 누적된 순손실 탓에 재무부담은 여전히 과중한 상태다. 최근 3년간 부채비율은 300%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며, 매년 부담하는 금융원가도 300억~400억원에 달한다. 한해동안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다. 투자부격적 등급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사모채 일변도의 자금조달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의류제조·우모가공 반등에 현금창출 역대 최고…아웃룩 '안정적'

1972년 6월 설립된 태평양물산은 의류 제조·판매 및 우모(오리털·거위털) 가공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우븐(Woven) 소재에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갭(GAP), 콜롬비아(Columbia) 등 다수 브랜드와 장기거래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우모 가공부문은 내수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연 매출은 의류 제조 85%, 우모 가공 10%, 기타 5%로 이뤄져 있다.

태평양물산이 위기를 맞은 건 2015년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다. 겨울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게 유지된 것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전방산업 위축에 따른 우모 판가하락으로 이듬해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200억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 2013~2014년 2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2016년 마이너스(-) 49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의류 제조부문이 해외에 5개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높은 불량률 등을 이유로 150억원의 부가 비용을 부담한 것 역시 악재였다.

한국기업평가는 2016년 12월 태평양물산의 신용등급 BB+에 대한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우모 가공부문의 추가 손실 가능성, 글로벌 수요처의 단가 인하 압박, 신규공장의 생산 효율성 개선 지연 등이 고려된 결정이었다. 이듬해 4월 NICE신용평가도 태평양물산에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다.

태평양물산이 반등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우모 가공부문의 재고자산 조정 작업이 마무리된 데 이어 의류 제조부문의 신규수주가 증가한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7년 매출액은 9230억원으로 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37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한국기업평가는 2018년 4월 태평양물산의 아웃룩을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업신용등급(ICR) 역시 기존 '부정적' 아웃룩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이후 6월 NICE신용평가도 태평양물산 신용도에 대해 같은 평정을 내렸다.

지난해에도 실적 개선흐름은 계속됐다. 3분기 누적기준 태평양물산은 매출액 7412억원, 영업이익 296억원을 기록했다. 중소 브랜드를 신규 고객사로 유치하고 마진율이 높은 온라인 비중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판매관리비와 마진율을 전년 동기대비 각각 0.5%포인트, 1.7%포인트씩 개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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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차입금·300%대 부채비율…시장성 조달 한계 '사모채 일변도'

하지만 실적 반등에도 재무부담은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태평양물산의 총차입금은 3583억원이다. 2017년 말보다 700억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6%포인트 상승한 314%를 기록했다.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 경쟁사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앞서 해외 설비투자(CAPEX)에 580억원을 투입한 것이 재무부담으로 남아있다. 우모 가공부문이 2015~2016년 1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탓에 자기자본이 2014년 말 1680억원에서 2년만에 1133억원으로 감소한 것도 악재다. 태평양물산이 2017년 운전자본 관리, 신주인수권·전환사채 활용 등으로 약 3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재무개선을 이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태평양물산이 투자부적격 등급인 탓에 시장성 조달 창구가 옵션부 사채로 제한돼있다는 점이다. 높은 이자율의 사모채만 발행하다 보니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태평양물산은 올해도 세 차례에 걸쳐 총 33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연간 조달금액(185억원)보다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표면금리는 대부분 6.3%로 책정됐다.

과도한 차입금은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2016년 700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태평양물산은 이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높은 이자비용 때문에 9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15~2017년 태평양물산은 연평균 300억~400억원의 금융원가를 부담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기준 283억원을 짊어졌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겨울의류를 생산하는 시즌성 때문에 차입금이 3분기까지 증가했다가 4분기에 줄어드는 구조"라며 "특히 3분기에 증가하는 차입금은 유산스(usance) 등 무역관련 비중이 높아 이자부담과 재무위험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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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가 향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들어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분 6.5%를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태평양물산에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서울 본사 사옥 등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부실한 재무구조로 태평양물산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초 1900억원에서 1년새 1300억원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출이 높아 타 경쟁사 대비 기업가치가 30%가량 낮게 책정돼있다는 주장이다.

신용평가사들도 태평양물산의 재무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차입금의존도가 55%를 초과하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태평양물산의 차입금의존도는 줄곧 55~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태평양물산의 재무항목 가운데 영업이익/금융비용, 조정순차입금/EBITDA 등을 CCC급으로 책정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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