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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과 단절, AMC 독립성 확보 관건 [KDB AMC 설립] ③이동걸 회장 '낙하산 인사' 논란 피해야

안경주 기자공개 2019-02-14 10:28:41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자회사 'KDB AMC'(가칭) 설립에 착수했다. 이 자회사는 산업은행이 출자한 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구조조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이번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략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KDB AMC'의 설립 배경과 운영 방향,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1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이후 STX조선해양,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구조조정 기업을 연달아 처리했다. 이 회장은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부실기업의 독자생존'을 구조조정 원칙으로 세웠고, 금호타이어·STX조선·한국GM 구조조정 합의 과정에서 일정 부분 빛을 발휘했다. 세 기업 모두 고정비 감축을 골자로 한 노사 확약서를 체결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금 지원, 해외 매각 등이 결정돼 법정관리 문턱에서 기사회생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 원칙이 지켜질 수 있었던 이유는 산업은행의 독립성에 있었다. 외풍에도 불구하고 이동걸 회장이 뚝심있게 구조조정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이 내세운 구조조정 원칙론은 올해 상반기 설립될 예정인 'KDB AMC'가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KDB AMC가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구조조정 업무를 맡게 된 탓이다.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자회사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과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복수의 산업은행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산업은행이 KDB AMC 설립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피하기 어렵고 정치권의 간섭과 반발 등 신경써야 할 변수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 탓이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 결국 청산까지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정치적 논리가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GM과 협상의 경우 정치권이 먼저 구제금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산업은행이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새로 자회사를 만들어 구조조정을 전담하면 이전보다는 외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배구조상 KDB AMC가 설립되더라도 산업은행이 외풍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KDB AMC는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다.

이 때문에 이동걸 회장이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해 산업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했던 만큼 KDB AMC 역시 산업은행으로부터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외풍에서 독립적일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누구로 임명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산업은행 회장으로부터 외압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표를 낼 각오로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산업은행의 인력이 대거 이동하는 형태라면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며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KDB AMC의 독립성 문제는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최근 임원들에게 산업은행과 최대한 단절시켜 KDB AMC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게 목표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DB AMC가 새롭게 설립되는 회사인 만큼 핵심 직위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이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더라도 관리인력 등은 산업은행에서 보내야 하는 탓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이대현 전 수석부행장을 KDB AMC의 CEO로 내정됐고, 이미 올해 초 인사에서 KDB AMC로 이동할 인력도 추렸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이동걸 회장이 넘어야할 산이다. 지난해 신규 선임된 이윤 산업은행 사외이사는 이동걸 회장과 과거 산업연구원 재직 기간이 겹치고, 정재욱 KDB생명 사장의 경우 이동걸 회장과 다양한 논문을 함께 쓰며 두터운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모 KDB캐피탈 사장도 산업은행 부행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KDB AMC가 당장 산업은행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성은 맞다"며 "산업은행과 KDB AMC 간에 강력한 차단막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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