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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파트너스의 '밴드 경영'

노아름 기자공개 2019-02-13 08:10:25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주 전화를 받으면 어디서 누가 몇 개를 주문했는지 내역을 정해진 서식에 기입해야 레코드로 차곡차곡 쌓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포스트잇에 적어서 떼었다가 붙였다하더라고요. 게다가 생산관리나 불출대장도 없어 무엇을 언제 만들어뒀고 현재 재고는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대표는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 기업의 현장실사를 갔다가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제품력이 우수해 납품처를 여럿 확보했지만 위태로운 성장을 지속하는 모습이었다. 오너 머릿속에만 시스템이 있어 경영진이 자리를 비우면 아수라장이 될 것 같아 보였다는 설명이다. 투자하더라도 밸류업이 어려울 수 있었다. 다만 업무체계만 구조화된다면 비약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가능했다. KL&파트너스가 가야산샘물을 바이아웃 했을 때의 이야기다.

KL&파트너스가 운영 효율화를 고심하게 된 시점도 이 즈음이라고 한다. 업무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기위해 단체모임방 만들기가 손쉬운 네이버 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비롯한 청결상태 관리뿐만 아니라 기계 공정의 시작과 끝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 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었다. 서울 오피스에서 해당 게시글에 피드백을 하면 직원들은 후속 업무에 곧바로 돌입하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관리자만 모인 방, 관리자와 생산직원이 모인 방, 협력사가 함께 있는 방 등으로 보고 단계 또한 세분화했다. 투자기업과의 물리적 거리가 상당해 찾은 자구책이기도 하지만 기록을 생활화해 오차율을 줄이는 결과를 거뒀다.

이른바 '밴드 경영'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KL&파트너스의 특수성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KL&파트너스는 2015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프로젝트 펀드만 여섯 개를 설정했다. 블라인드 펀드와는 달리 다른 자산의 운용 성과로 만회가 불가능해 포트폴리오 하나하나의 중요성이 크다. 출자자(LP)의 신뢰를 져버리지 않으려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밴드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주된 전략이라고 단순화하긴 어렵지만 운용사가 나름의 비책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법하다.

KL&파트너스가 '밴드 경영'을 구사한 가야산샘물은 투자원금 3배의 회수 성과를 내며 엑시트했다. KL&파트너스는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2월 약 110억원을 투입해 한주반도체의 구주와 교환사채(EB)를 매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투자 및 회수에 기여했던 박성묵 전무를 파견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외에 코스모앤컴퍼니, 유바이오로직스 또한 성장성이 기대되는 투자기업이다. 누적 운용자산(AUM) 1400억원을 오롯이 프로젝트 펀드로 설정한 KL&파트너스는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화승 발(發) 이슈 속에서 새삼 주목받는다. LP 출자금을 토대로 다양한 경영방식을 구사한 KL&파트너스가 앞으로 그려나갈 궤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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