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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스토킹호스, 현대重과 사실상 수의계약 [대우조선해양 M&A]삼성중공업, 예상대로 인수전 불참키로..3월 산업은행-현대중공업 본계약 체결

구태우 기자공개 2019-02-12 16:52:59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거절하면서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매각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려 했던 산업은행의 의도는 좌절됐다. 처음부터 삼성중공업의 인수전 불참이 예상돼 왔던터라 수의계약 비난을 피하려 삼성중공업을 끼워넣기하려 했다는 지적이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은행이 이달 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M&A 발표에 나서면서 '스토킹 호스'라는 M&A 방식을 들고 나오자 M&A업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과의 단독 협상 비난을 피하고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주려 요식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었다.

삼성중공업은 12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회사가 잘 하는 해양 생산, LNG운반선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11일 이사회에서 결정해 산업은행에 (인수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 제안을 받은 지 12일 만에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일은 28일이다. 삼성중공업은 마감 시한보다 16일 먼저 거부 의사를 알렸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대중공업은 3월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한다.

산업은행은 지난 1일 삼성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제안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공개입찰과 수의계약의 중간 단계인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고도 설명했다. 스토킹 호스는 공개입찰을 전제로 거래를 합의한 초기 인수의향자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하지만 초기 인수의향자 외에도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에게 기회를 같이 준다. 어떤 원매자든지 초기 인수의향자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우선협상대상자는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특정 원매자를 점찍어 매각을 진행하는 만큼 수의계약과 유사하다.

삼성중공업이 마감 시한보다 빨리 거절 의사를 밝히자 당시 재계에서 일었던 관측은 설득력을 얻게 됐다. 당초 조선업계는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국내 조선사 빅2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초대형 딜을 검토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M&A 합의를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중공업에게도 인수 기회를 주겠다며 삼성중공업측에 갑작스럽게 인수전 참여를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누가봐도 삼성중공업을 끼워넣는 것이고 현대중공업과의 단독 협상에 명분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간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보다 나은 매각 조건을 제시하기 쉽지 않았다는 관측이 설득력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수주 불황으로 지난해 5조26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3.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093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수주 불황인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시가 총액은 5조원, 대우조선해양의 시가 총액은 3조7000억원 수준이다. 조선업이 삼성의 핵심이 아닌 점도 인수 가능성을 낮췄다.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조건부 양해각서를 맺었고 사실상 삼성중공업을 들러리로 세운 셈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지만, 이번 '빅딜'을 두고 심경이 복잡한 상황이다. 국내 조선3사의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글로벌 수주잔고 점유율은 현대중공업이 13.9%, 대우조선해양이 7.3%다. 삼성중공업은 5.9%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을 바짝 뒤쫓을 수 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중공업 부활의 원년으로 삼고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만큼 수주 확대와 내실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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