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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동이사제' 현실성있나 노조 추천 권한 없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 못해

안경주 기자공개 2019-02-19 08:54:2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4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의 노동이사제(근로자 추천 이사제도)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나섰지만 추천 권한이 없는 탓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바꿔야 하지만 이사회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을 통해 추천 권한을 얻을 수 있지만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노동이사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고 15~22일 추천 인사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추천 인사를 접수받아 이달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용근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추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금융위에서 승인을 하면 절차상 문제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기업은행 노조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더라도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정관 제38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또는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중에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기업은행 지배구조내부규범 제10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 사외이사 추천 권한은 기업은행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은행장 제청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노조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을 위해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 수의 이사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이사회 승인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부정적 기류가 더 많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이사회는 김도진 행장과 임상현 전무이사, 이용근·김정훈·이승재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지배구조내부규범이 개정되더라도 최종 임명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를 설득해야 한다는 난관이 남아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마저 쉽지 않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와 관련해 "정부의 지침이 확정되면 공공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은 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업은행 노조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이사회 뿐만 아니라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가 기획재정부라는 점에서 정부의 노동이사제 도입 방향성이 우선 정해져야 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전무이사와 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고 정하고 있다.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담으면 된다. 하지만 법개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데다 국회 통과를 예단할 수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떠나 절차적 타당성을 무시한 채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다면 향후 더 큰 논란을 불어올 수 있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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