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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를 찾아 온 '데스밸리'

신상윤 기자공개 2019-02-18 10:11:17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5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데스밸리(Death Valley)'가 생겨나고 있어요."

최근 벤처캐피탈 대표와 만나 식사를 하던 중에 나온 이야기다. 데스밸리는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이 성장 단계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다.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좋은 벤처기업이지만 자금줄이 막혀 성장이 정체되는 기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창업 후 3~7년 사이가 가장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시기다. 이 시기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벤처기업에 사용됐던 이 용어가 최근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 업계는 벤처펀드를 결성해 자금을 조달한다. 모태펀드 등 주요 출자자(LP)들의 출자사업에 운용사로 참여하는 이유다. 여기에 민간 출자자를 매칭해 벤처펀드를 결성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에 투자한다. 여기서 나온 성과를 출자자들과 공유하는 구조가 벤처캐피탈의 생존 법칙이다.

문제는 일부 중소 벤처캐피탈 업계가 데스밸리에 놓여 펀드 결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출범 5~10년 사이의 벤처캐피탈 업계가 고민이 깊어졌다. 설립 허가 기준 완화로 신생 벤처캐피탈의 시장 참여가 늘어난 데다 대형 벤처캐피탈들은 1000억원을 넘는 대형 펀드를 결성하며 경쟁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톱(Top)' 플레이어들과 신생 벤처캐피탈 사이에서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주요 LP의 펀드 운용사 선정 방침은 어려움을 더한다. 최근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2019년 출자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차 정시 출자사업 규모는 총 1조865억원이다. 지난해 1차 정시 출자사업 규모인 9361억원보다 15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국산업은행과 성장사다리펀드 등이 출자하는 '2019년 제1차 성장지원펀드'도 8500억원을 출자해 19개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펀드 출자금은 크게 늘었으나 운용사 선정 기준을 들여다보면 중소 벤처캐피탈이 설 자리는 좁다.

일부 펀드 운용사 지원 기준에는 '루키' 리그를 만들어 창업 5년 미만의 신생 벤처캐피탈만 지원이 가능케 했다. 또 일부 우대 조건 가운데에는 펀드 운용 실적 등 대형 벤처캐피탈에 유리한 조건들이 명시돼 있다. 선정 기준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주요 LP는 운용사 선정 과정에 벤처캐피탈의 투자 및 회수 경력(트랙 레코드·Track Record)을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있어 경쟁도 쉽지 않다.

정부가 최근 '사상 최대 벤처투자의 성과와 열기, 제2벤처 붐을 향한 혁신 원동력'을 내세우며 벤처캐피탈 업계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이 같은 벤처투자 열기가 지속되기 위해선 대형 및 신생 벤처캐피탈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허리를 지키는 중소 벤처캐피탈들이 일정 수준의 펀드 결성과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일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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