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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불씨 남긴 태광 이호진 [지배구조 분석] 흥국생명 2대 주주는 잠재적 경쟁자 이원준씨

조세훈 기자공개 2019-02-21 08:24:08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9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스로 조세포탈 혐의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보유 주식 의결권 제한 위험에서 벗어났다. 이 전 회장이 조세포탈혐의에 대해 1년 미만의 징역형을 받아 형 확정 시점을 기점으로 대주주 자격 심사를 하더라도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을 대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는 남아있는 상태다. 태광그룹은 창업주 가족 간에 여러 차례 상속분쟁이 있었던만큼 이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향후 3세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호진 전 회장,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 남아

서울고법 형사6부는 지난 15일 이 전 회장에 대한 재파기환송심 선고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에 근거해 횡령·배임 혐의엔 징역 3년의 실형을, 조세포탈 혐의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하며 양형을 분리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보면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대주주가 갖는 주주권 행사는 정지될 수 있으나,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수익 약 7억원을 국고에 반환했기 때문에 조세범 처벌법 위반은 실형을 선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이 전 회장은 보유 주식 의결권 일부 제한은 피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32조에서는 공정거래법·금융관련법령·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보유 주식의 10% 이상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은 이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전 회장은 당장 의결권 제한은 피했지만 더 큰 위험 요소가 남아있다. 사법부가 금융회사를 보유한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할 때 법 위반 행위 시점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금융당국의 행정해석과 달리 과거 범법 행위 시점이 아니라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의 해석이 적용되면 이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는 빨간불이 들어온다.

금융당국은 혼란스러워하는 눈치다. 금융 지배구조법 부칙에는 대주주 자격심사 관련 조항에 관해 '이 법 시행 후(2016년 8월) 최초로 발생한 사유로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정해놨다.

이를 근거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전 회장 사건은 법 시행 이전에 일어난 일로 대주주 적격성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관계자는 "아직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판결 취지를 먼저 살펴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동일 사건을 가지고 엇박자를 내고 있을만큼 당황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법부의 명확한 판단이 내려진 만큼 금융위원회는 즉각 입장을 표명하고, 태광 금융계열사(흥국생명 등)의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해 2년 주기로 적격성을 심사한다. 이때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이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가 사법부처럼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한 이 전 회장은 흥국금융그룹의 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 금융위는 6개월안에 유지 조건 충족 명령을 내리고 충족 명령이 이행되지 않으면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전 회장의 조세범처벌법 위반 전력은 6개월 안에 대주주 유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가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하면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흥국금융그룹 지배구조 흔들리나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는 태광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아들 현준씨가 2대 주주로 있는 티알엔을 정점으로 지주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주회사는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흥국금융의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면 강고한 지배구조에 균열이 갈 수 있다.

태광 금융사 지배구조

흥국금융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은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이다. 흥국금융의 출자구조는 크게 이 전 회장→흥국생명→흥국화재로 이어지는 보험계열사, 이 전 회장→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증권계열사, 마지막으로 이 전 회장→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으로 구성된 저축은행 계열사로 나누어져 있다.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의 2대 주주는 2010년 검찰수사 과정에서 선대회장의 숨겨진 재산이 드러나자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상속분쟁을 치룬 이원준 씨다. 원준 씨는 이 전 회장의 장조카(이임용 창업주의 장손)로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의 지분을 각각 14.65%, 23.2% 보유하고 있다.

티알엔을 정점으로 한 태광의 지주사 전환의 남은 과제는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정리하는 데 있다. 애초 이 전 회장이 모두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있어 어려울 전망이다.

아들 현준씨가 모두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액수가 만만치 않아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실제 대한화섬과 티알엔이 보유한 흥국생명 주식을 모두 사들이려면 1500억원 가량이 들어간다. 고려저축은행 역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지분 전량을 매입하는데 800억원이 소요된다. 만약 이 전 회장에게 주식 강제 매각이 내려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때문에 지주사 전환과 함께 3세 승계 프로세스가 가동되면 원준 씨가 지분을 보유한 흥국생명, 고려저축은행을 중심축으로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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