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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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밸류에이션과 옥석가리기 [thebell desk]

최명용 기자공개 2019-02-21 08:30:03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0일 07: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출 33억원에 영업손실 26억원을 낸 A사와 매출 37억원에 손실 330억원을 낸 B사의 기업가치는 어디가 더 클까. 매출 1700억원에 영업이익 254억원을 올리는 C사까지 비교하면 세 곳 중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까.

세 곳은 모두 증시와 연관있는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 곳 중 가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회사는 손실이 가장 큰 B사다. 무려 3조원 평가를 받는다.

이익이 가장 많은 C사와 매출도 이익도 가장 적은 A사는 비슷한 수준이다. 모두 3000억원 밸류를 평가 받거나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매출 40억원도 안 되는 회사가 30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게 통하는 게 바이오 산업이다.

자본 시장에선 매출과 이익이 기업 평가를 잣대였다. 미래 성장성, 시장 전망 등이 변수로 작용하지만 말그대로 참고 사항일 뿐이다. 외부 변수로 실적이 급변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이익을 기반으로 평가하면 크게 틀리지 않았다.

바이오 산업에선 다르다. 미래의 그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 바이오산업은 사람의 건강과 목숨에 영향을 주는 '무언가'를 개발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신약 개발엔 최소 10년에서 20년이 걸린다. 임상실험과 안전성 검증을 계속 반복한다. 연구원으로 입사해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은퇴할 때까지 결과물을 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 거둬들이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건강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신약이 성공하면 그 개발사가 거둬들이는 부는 상상을 초월한다. 글로벌 시장에 신약을 판다면 그 부가가치는 측정하기 더 힘들다.

바이오 산업을 삐딱하게 바라보면 '도박'이라고 칭할 수 있다. 미리 판단하기 힘든 미래 성공 가능성에 지금 베팅해야 하는 게 바이오 산업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3000억원 밸류에이션을 받는 A사와 C사는 각각 '수젠텍'과 '아이센스'다. 수젠텍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진단 장비 업체다. 30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희망하고 있다. 아이센스는 수젠텍이 피어그룹으로 삼고 있는 진단장비 업체로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3600억원으로 거래된다.

3조원 밸류에이션을 받는 B사는 코오롱 계열로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이다. 인보사는 신물질 관절염 치료제로 세계 최초 신약으로 인정받았다. 이제 막 매출이 일어나는 와중에 금융감독원이 회계 기준을 가이드하면서 개발비를 손실로 처리하도록 해 손실 규모가 대폭 늘어난 상태다.

기존 잣대와 숫자로만 판단한다면 티슈진에 대한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 하지만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은 대기업 계열의 신약 개발 업체라면 사뭇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거품 논란 속에 성장해 왔다. 실적도 없는데 과도한 주가라며 금융당국은 때마다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국은 획일적인 회계 기준을 제시하고 분식 회계 논란을 제기해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약을 개발하다가 실패하면 '공시 위반'이라는 멍에를 씌웠다.

당국이 아무리 정교한 규정을 내세워도 숫자로 말하기 힘든 게 바이오산업이다. 기존 잣대로 규제의 시선을 보내기 보단 또 다른 방식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바이오 산업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란 점은 자명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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