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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펀드 신뢰 얻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19-02-25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말 A외국계펀드의 싱가포르 사무실을 찾은 금호석유화학의 관계자는 고위임원으로부터 "박찬구 회장의 경영에 대해서 신뢰한다"는 발언을 듣고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고 한다.

그 해 2월 A펀드는 지분 5.11%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장내 매수했다는 공시를 해 금호석유화학을 긴장케 한 상황이었다. 금호석유화학 실무팀이 싱가포르를 찾기 수차례. 기업설명회(IR) 미팅을 하고 투자 담당자들과 릴레이 면담을 해가며 금호석유화학 최고경영자(CEO)의 장점과 CEO가 금호석유화학의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일, 지금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약 1년간의 설득 끝에 A펀드는 박찬구 회장을 신뢰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거였고 이후 지금까지 지분을 더 늘려가며 장기투자자로 남게 된 배경이었다.

주주행동주의가 대세로 굳어진 요즘, 어느 한 기업과 외국계펀드와의 관계 형성 사례는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나아갈 길과 펀드를 대하는 기업의 대응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적대적 감정보다 우호적 분위기가 펀드 수익률에 훨씬 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7만원대였던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한때 10만원을 넘었고 20일 종가 기준 9만7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주주권익 향상 요구, 예컨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이사회 투명성, 적정 주식수 관리 등은 적대적 관계에서 가능한 게 아니라 우호적 분위기에서 서로 논의를 해 가며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기준 매출액은 7조원 초반 대, 자산 총계는 6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매출 9조원 후반 대, 자산총액 10조원대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년 그 격차를 좁힌다. 주주권익 향상 사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압도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A펀드가 지분 투자를 하던 당시 10%대에서 지금은 30% 초반대로 급등했다. 경영 안정화는 덤이다. 오너가의 지분율은 2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피델리티 등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을 더하면 우호적 지분율은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여기에 더해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가며 대내외 투쟁을 해왔는지, ‘형제의 난'과 채권단 관리 이후 어떻게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경영을 전개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설명했고 그 설명이 먹힌 것이 지금 외국 투자자들이 절대 신뢰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이 된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5년부터 국내에서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기업들의 주총 안건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경향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공생하는 길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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