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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부동산신탁 인가 탈락 배경은 증권계 독식구도에 밀려…PT·사업계획 등에서 점수차 난 듯

원충희 기자/ 손현지 기자공개 2019-03-08 08:22:2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그룹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강력하게 추진했던 부동산신탁업 인가전에서 낙마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계획 측면에서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안정성을 중시한 은행계가 참신한 사업구상을 꺼내든 증권계에 밀렸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안배 등의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과 2일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12개사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했다. 이틀간 각각 6개사씩 나눠서 진행된 PT에는 회사당 4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심사는 민간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가 맡았다.

PT는 2일 오후에 끝났지만 외평위원들은 밤늦게까지 대상자 선정을 위한 회의를 이어갔다. 예비인가자 선정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임시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주말인 3일 오후에 발표가 급박하게 이뤄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평위원 상당수가 교수들이라 연휴기간 1~3일 외에는 스케줄을 비우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그때 PT를 진행했다"며 "발표가 늦어질수록 온갖 억측이 나올 수 있어 연휴기간 마지막 날인 3일에 선정자를 공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예비인가 선정자는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3곳이다. 유력하게 꼽혔던 NH농협부동산신탁이 탈락한 게 가장 큰 이변이었다. 은행을 낀 금융그룹이라는 점에서 인가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TF까지 꾸려 적극적으로 나섰던 농협금융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던 탓에 인가실패 후 대안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다고 한다.

NH농협부동산신탁은 가장 배점이 높은 사업계획 항목(400점)에서 외평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농협네트웍스와 손잡고 지역 농·축협의 유휴농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네트웍스는 E&C시설본부를 유휴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T 당시 농협이 맨 마지막 순서고 그 바로 앞이 한투였다고 한다"며 "한투부동산신탁이 카카오, 피노텍, 다방, 우리은행, SH공사 등 화려한 우군들을 내세운 사업계획을 발표하자 다음 순서였던 농협은 다소 가려져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가받은 3곳이 모두 증권계라는 점을 주목했다.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크게 활약한 증권사들이다. 안정성 위주로 움직이는 은행과 달리 과감한 사업에 도전했던 증권사들은 그간의 노하우를 신탁사업과 PT에 반영했던 게 좋은 점수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증권계의 예비인가 독식을 두고 금융당국의 의도가 깃든 선정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당국 측은 증권계 인가신청자가 많아서 그럴 뿐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신규 사업자 수가 3개로 정해질 때부터 대형사와 중소형사에 각각 안배될 가능성이 점쳐졌다는 점을 감안, 신청자 가운데 대형사라고 할 수 있는 농협금융그룹의 최대 경쟁자는 결국 한국투자금융지주인데 경쟁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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