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 케이블…가입자 빠진 뒤 생존은? [개별 SO 분석]지역 기반 알짜로 커왔지만 방송채널사업자(PP)로 전락 우려
김성미 기자공개 2019-03-14 08:10:36
[편집자주]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 결합 등 유료 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됐다. 문제는 한자릿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개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다. 각각의 권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하지만 성장엔 한계가 있다. 점유율도 낮아 인수합병 시장의 관심에도 벗어나 있다. 방송과 통신의 합종연횡이라는 시장 변화에 개별 SO의 현 상황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2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역 기반 케이블TV 업체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방송채널 사용자 정도의 역할만 남게 되면 회사를 이어가긴 어렵다."20여년간 케이블TV 사업을 일군 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년간 지역 기반의 케이블TV로 대기업과 싸우면서 알짜 사업을 영위해왔다. 아직은 두 자릿수 이익률을 남기고 실적도 양호하지만 언제 무너지지 모를 위기감에 쌓여 있다. 그래도 지역방송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어떤 케이블TV 업체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방송 사업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자체 방송도 제작하며 지역 소식 전하는 데 소명을 다해 왔다. IPTV가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하면 누가 지역 특화 방송을 만들겠냐고도 반문했다.
물론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 업체에 넘기더라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정도의 역할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지역 방송을 유지했던 것은 수신료 수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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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별 SO 업체 고위 임원은 "20여년간 케이블TV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케이블TV 업체가 모두 사라지는 게 수순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모바일 결합상품 부재로 인한 사업 악화로, 여기에 대한 정부의 보호 장치가 없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엔 개별 SO라 불리는 9개 사업자가 남아 있다. 지역 기반의 케이블TV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중 서경방송, 아름방송, KCTV제주방송 등은 매출 규모도 약 500억원대에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가입자 규모는 20~30만명 수준이다.
지역 단위에선 어느 정도 점유율을 보이지만 전국 단위로 보면 점유율은 미미하다. 9개 개별SO를 다 더해야 5.42%의 점유율을 보일 뿐이다.
지역 기반 케이블TV는 모바일 통신과 IPTV의 결합상품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케이블 업계 1위 CJ헬로는 LG유플러스에, 2위 티브로드는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유료방송시장 빅뱅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에 이어 CMB, 현대HCN까지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SO들은 규모가 영세해 IPTV 업체의 인수합병 대상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는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개별 SO들은 서서히 가입자들이 IPTV업체로 전환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은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 업체에 모두 빼앗기고 PP 사업만 영위하는 경우다. PP는 지역 방송 등 콘텐츠를 제작해 가입자들에게 전송하는 서비스다. 지역방송 일부는 활발하게 PP 사업을 하지만 수익성을 내기란 쉽지 않다. IPTV 업체들도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할 때 PP 사업은 빼는 게 일반적이다.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 과정에서 PP사업인 티캐스트는 인수하지 않았다.
KCTV제주방송처럼 지역방송에 대한 니즈가 큰 지역도 있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지역방송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유료방송 매출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해왔기 때문에 PP만으론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개별 SO들은 케이블TV와 함께 하고 있는 알뜰폰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중 흑자를 내는 업체는 손에 꼽히고 있다.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박으로 이통3사들도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며 알뜰폰은 가격 경쟁력까지 잃어버렸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개별 SO들은 현재하고 있는 사업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감에 따라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각각의 권역에서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고용 창출 등으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해온 회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급변하는 유료방송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M&A 힘을 실어주고 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에 유료방송 사업자간 합종연횡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SO에 대한 대응책은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한 케이블TV 회장은 "어떻게든 지역 방송을 지키고 싶은 심정"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 지역 뉴스 등 지역 방송의 강점을 살려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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