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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산업은행 '화승 GP 참여' 적정성 검토 향후 운영제도 개선 추진…책임론 재부상

안경주 기자공개 2019-03-15 10:28:2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3일 1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화승의 경영에 참여한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적정성 검토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그간 화승을 인수한 사모펀드의 공동 GP(무한책임사원)를 맡아왔다. 전문성이 부족한 산업은행이 공동 GP 보다 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해야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토 결과를 기반으로 산업은행의 GP 참여와 관련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화승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사모펀드의 공동 GP로 참여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채권액이 많아 그만큼 손해도 입었지만, 이와 별개로 공동 GP를 맡은 것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집고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승은 산업은행이 지난 2015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KTB PE와 손잡고 'KDB-KTB HS 사모투자합작회사(PEF)'를 설립, 2463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한 회사다. 공동 GP를 맡은 산업은행 PE와 KTB PE는 250억원을 출자했다. 현대해상과 농협 등 국내 LP 등이 1000억원을, 화승그룹이 1213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화승의 인수와 관련해 '선제적 구조조정 성격의 금융지원 1호 프로젝트'로 평가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공동 GP로서 화승 이사진 5명 중 2명을 추천해 경영에 관여해왔다.

화승 투자구조

금융당국이 눈여겨 본 것은 산업은행이 공동 GP를 맡은 이유다. 전문성이 없는 상황에서 공동 GP 참여가 적절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선제적 구조조정기업 1호'라고 평가한 투자가 4년여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게 됐다"며 "결과론적이지만 화승의 재무제표를 보면 당시 산업은행이 왜 화승에 투자했는지, GP를 맡을 이유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공동 GP를 맡은 후 전형적인 사모펀드식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화승이 보유한 르까프, 케이스위스(K-Swiss), 머렐(Merrell) 등 주요 브랜드의 점포에 대해 전수 조사가 이뤄졌고, 비효율적인 점포는 정리했다. 당시 화승은 재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리도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KTB PE가 투자 기회를 잡고 공동 투자자를 물색하다가 산업은행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LP로 참여하는데 그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당시 PE 실적을 위해 무리한 선택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민영화 중단 이후 정책금융 역할 강화에 힘쓰면서 민간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PE 업무에선 힘을 뺐다. 이 때문에 민간과 경쟁하지 않고도 PE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적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PE 업무는 기업재무안정 PEF 등 정책적 목적으로 제한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토 결과에 따라 향후 산업은행의 GP 참여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GP 참여가 부적절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산업은행의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화승의 부실경영에 산업은행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법원은 촤근 화승 채권단이 요구한 대표채권자 교체를 받아들였다. 이에 'KDB-KTB HS 사모투자합작회사'의 대표채권자 지위를 박탈했다. 화승의 부실경영에 공동 GP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화승 채권단의 요구가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GP 참여가 부적절했다고 결론이 나오면 경영실패의 책임 논란도 피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국내 1호 신발기업 동양고무산업이 전신이다. 1980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고, 1986년 르까프 브랜드를 출시했다. 케이스위스, 머렐 등 해외 브랜드 유통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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