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수)

people & opinion

오너 전횡 vs 기업가 정신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19-03-15 08:11:13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4일 07: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여년 넘게 이어온 연구 개발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굵직한 M&A로 시장에 화제를 모았고 신약 개발 스토리도 써내려 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조만간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서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 FDA 신약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빠르면 11월 시판 여부가 결정된다. 국산 신약이 제약 종주국 미국에 입성하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의 또 다른 신약 솔리암페톨(수면장애신약)도 이르면 내년 초 미국 판매에 돌입한다. 신약 2종만으로 5조원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의 신약 개발 스토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주회사에서 신약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얼마 안 있어 미국 FDA에서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첫 임상 승인을 받은 물질이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놀이다. 1996년 승인을 받은 물질이 24년 만에, 연구 개발부터 따지면 27년만에 결실을 맺는다.

1993년 SK의 주력 사업은 섬유와 정유였다. 그룹명은 선경이었고 정유 사업을 이끌던 회사 이름은 유공이었다. 텔레콤도 없었다.

당시 SK의 가장 큰 숙제는 이동통신 사업 진출이었다. 이동통신 사업 진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3년에 사업권을 따냈으나 특혜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업권을 반납했다. 다시 한국이동통신 인수전에 뛰어들어 뒤늦게 SK텔레콤을 만들었다. 제약 바이오 산업이나 신 사업엔 정신을 쏟을 겨를이 없던 시기다.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해 대부분 임원진들은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이동통신 시장 진출도 빠듯한데 언제 성과가 날지 모르는 일에 수십억,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더욱이 기술력이나 연구진은 검증되지도 않았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이오산업 투자를 밀어붙인 게 최태원 회장이었다. 일설엔 '취미삼아 사업을 키워보겠다'고 임원들을 설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 회장은 1998년 회장으로 취임하는데 초창기엔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공부를 많이 했다. 바이오 관련 개인 강의도 받았다고 전해진다.

최 회장에게 바이오 사업은 취미처럼 다가왔을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시기다. 사업가에게 새로운 일과 새로운 비전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물론 취미라고 말하기엔 들이는 돈 규모가 남다르다. 지금까지 투입한 돈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물적분할했는데 2017년 말 기준 누적결손금은 2890억원이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주총 현장에서 대기업 오너가 신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기는 25년 뒤고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25년 투자금 3000억원을 모두 날릴 가능성도 있는 일이다. 더욱이 모든 임직원들과 전문가들이 반대를 하는 사안이다.

이 대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행동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3000억원 이상의 내부 유보금이 있다면 해당 재원을 특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라는 주장이 더 먼저 나온다. 오너의 전횡이라며 회사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벌이는 상황도 눈에 그려진다.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하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각종 주주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주주 제안은 견제와 균형에 맞춰 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주장은 오너 중심의 한국 재벌이 사회적 병리라는 식으로 경영권을 공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사회 겸직을 못하게 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최선인양 포장돼 있다.

25년 전 대기업 오너의 판단과 뚝심이 오늘날 제약 바이오 산업의 기틀이 됐다. 앞으로 25년 뒤를 바라볼 투자 혜안은 주주 제안보단 오너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나쁘게 말하면 '오너의 전횡'이지만 반대로 보면 그게 '기업가 정신'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4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편집인이진우등록번호서울아00483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