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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그룹의 변신]사명·포트폴리오 변경, 연이은 투자①'현식·현범' 형제 전면에 '오너경영' 회귀…잇단 M&A 성과 '아직'

고설봉 기자공개 2019-03-20 08:27:24

[편집자주]

오너 3세 승계, 전문 경영인 세대 교체, 사명 변경. 한국타이어그룹이 변신을 시도한다. 국내 1등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한지 20여년 만에 모든 것을 바꾼다.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로부터 요구도 있었지만, 외부 요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타이어 산업에서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새 먹거리 창출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더벨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그룹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9일 11: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오너 3세 승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오너 경영체제를 다시 도입하고, 사명을 바꾸며 변신을 시도한다. 타이어기업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나선다.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Hankook Technology Group)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같은 날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Hankook Tire & Technology)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양사 주총에서 상호 변경 안건이 최종 통과되면 1999년부터 사용해온 '한국타이어' 사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더불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는 28일 주총에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한층 더 강화한다. 이번 주총에서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은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고 등기임원을 내려놓는다. 이 자리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채운다.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조현식 조현범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오너 경영인 체제' 회귀…경영진 '세대 교체'

이번 주총이 끝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오너 경영인 체제'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1988년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은 그룹 모태인 한국타이어에 '전문 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후 조 회장은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했지만, 경영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 9월1일자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분할했다. 인적분할 방식으로 타이어 생산 부분만 독립해 신설됐다. 존속법인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주회사로 올라서고,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생산 및 판매 등 본업을 영위했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타이어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고하게 밀고 나갔다.

1988년부터 10년간 한국타이어를 이끌어 온 사람은 홍건희 전 한국타이어 부회장이었다. 이어 1998년 조충환 전 부회장으로 바통이 넘어갔다. 2007년부터는 서승화 부회장이 대표이사(CEO)에 올라 현재까지 약 13년여 간 경영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서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끝으로 한국타이어의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신규 선임을 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의 명맥을 잇는 사람은 이수일 사장이다. 그러나 그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남는다. 대표이사(CEO)는 이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차지했다. 이로써 이번 주총을 계기로 한국타이어의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도 이미 전문경영인 시대를 끝내고, 오너 경영인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2016년부터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이끌고 있다.

◇연이은 '소규모 투자' 사업다각화 시동만

세대 교체와 맞물려 한국타이어그룹은 사업 다각화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 ICT를 접목한 첨단 기술 산업으로 변모하면서 한국타이어그룹도 변화에 내몰렸다. 이번 주총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사명 변경에서도 이런한 쇄신의 의지가 읽힌다. 한국타이어그룹이 사명에서 '타이어'를 빼고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것도 미래 기술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한국타이어그룹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타이어 생산 및 판매를 통한 성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부터다. 한국타이어그룹의 핵심 법인인 한국타이어의 분기당 매출은 수년째 1조70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분기당 영업이익률은 2016년 1분기 이후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2016년 분기당 약 16% 선에서 지난해에는 분기당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한국타이어 실적 추이

한국타이어그룹은 타이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이어 유통업, 자동차 부품업 등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또 벤처 및 IT 기반의 신생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피하고, 중소 규모 딜에 집중했다. 한번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사업 다각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리스크를 키우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의 M&A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5년동안 한국타이어그룹은 총 4곳의 법인을 인수했지만 본업과의 시너지는 크지 않았다.

2014년 12월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시작으로 한국타이어그룹은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한국타이어그룹는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을 뿐, 직접적으로 인수 주체가 되지는 못했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19.5%를 보유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연 매출은 2017년 기준 5조7037억원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이 한온시스템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배당금 312억원이 전부다. 약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실제 효과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연간 투자 수익률로 환산하면 3.3%에 그친다.

한국타이어의 M&A 내역

한동안 M&A에 나서지 않던 한국타이어그룹은 2017년 2월 호주 최대 타이어 유통점 '작스 타이어즈(JAX TYRES)'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8년 7월에는 독일 프리미엄 타이어 유통점 '라이펜-뮬러(Reifen-Muller)'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두 법인 인수는 모두 일반 소비자 대상(B2C) 타이어 유통 창구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생산시설 증설 등 하드웨어 성장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타이어 유통 네트워크 확대를 모색했다.

꾸준히 M&A에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타이어그룹 매출의 약 96%는 타이어 생산 및 판매를 통해 달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국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한국타이어 외에 이렇다할 매출 창구가 없는 셈이다.

현재까지 한국타이어그룹이 인수한 회사 중 유일하게 타이어산업과 관련이 없는 곳은 모델솔루션(Model Solution Ltd)이다. 2018년 5월 한국타이어그룹은 모델솔루션 지분 75%를 686억원에 인수했다. 모델솔루션은 첨단 디지털 프로토타입 솔루션 기업이다. 하지만 모델솔루션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7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 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시행해 왔고, 조현식 부회장, 조현민 사장 체제에 와서도 전문경영인과 공조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여러 사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해 온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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