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19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새 연예기획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흔들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방송가에서 영향력이 확대된 CJ와 국내 넘버원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기획사가 힘을 합친다는 것 자체가 업계 빅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CJ ENM은 이번 기획사 설립으로 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기존 국내 연예기획사 3강 구도를 재편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가 열어 젖힌 각종 이슈들 탓에 연예계 지형도가 바뀌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 직접 관리 'No'…지분투자로 선회

18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현재 자회사로 보유한 연예기획사만 이번 빌리프랩(52%)을 포함해 총 10여곳에 이르고 있다. 추가 지분투자를 통해 회사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계획하고 있는 기획사도 최소 2~3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빅스, 구구단 등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51%)를 비롯해 에릭남 소속사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100%), 워너원 소속사 스윙엔터테인먼트(51%), 강다니엘 소속사 엠엠오엔터테인먼트(100%), 다이나믹듀오 소속사 아메바컬쳐(60%), 박재범 소속사 에이오엠지(51%), 다수 힙합 뮤지션이 소속된 하이라이트레코즈(51.10%), 하이어뮤직레코즈(51%) 등이 CJ ENM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CJ ENM이 이렇게 다수 연예기획사를 거느리게 된 건 2010년대 중반 들어서부터였다. 과거 CJ그룹이 기획사를 직접 설립하고 연예인을 육성하며 겪은 경험이 지금의 사업 모델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J그룹은 2006~2007년 콘텐츠사 인수와 미디어 사업부 분할 과정 등을 거쳐 엠넷미디어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진행하던 사업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효리나 SG워너비 등 당대 톱스타들을 소속사에 보유하며 많은 투자를 했지만, 대기업과 연예인들이 생각하는 사업의 간극이 매우 컸다고 한다.

과거 CJ그룹에서 엔터사업 기획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연예인들은 일반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과 활동하는 영역,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이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회사는 당연히 원하는대로 운영되기 힘들었고 흑자를 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CJ그룹은 2011년 CJ E&M(현 CJ ENM)을 설립한 뒤 사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기획사를 설립해 연예인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닌 여러 자회사로 두고 간접적인 영향만 행사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아티스트 육성은 연예 기획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CJ는 후방 지원을 강화하는 형태로 선회했다.

◇CJ ENM, 엔터 업계 영향력 더 커진다

신생기획사 빌리프랩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설립한 것도 과거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BTS로 이미 보이그룹 기획 능력이 검증된 방시혁 빅히트엔터 대표에게 아티스트 육성을 통째로 맡기는 등 전권을 주기로 했다.

회사명 빌리프랩(Belift Lab)은 빅히트엔터의 B를 먼저 쓰고 ENM의 E와 '들어올리다'의 영단어 Lift를 결합해 작명했다. 빅히트엔터와 CJ ENM이 함께 케이팝 원석들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대신 CJ ENM은 프로듀스101,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아티스트 육성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CJ ENM 관계자는 "제2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킨다는 목표로 이달 말 서울부터 오디션 예선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예선이 끝나면 추후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해 송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CJ ENM 만큼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며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는 게 엔터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기존 SM·YG·JYP 등 3강 구도에서 CJ ENM을 포함한 4강 구도로 재편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CJ ENM은 뮤직 아티스트 육성 뿐만 아니라 음원 유통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어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CJ ENM 자회사였던 CJ디지털뮤직은 최근 지니뮤직과 합병 절차를 마무리 했다. CJ ENM의 지니뮤직 지분율은 15.35%로 2대주주 위치에 올랐다.

회사는 아울러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소속사 연예인들이 엔터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케이피제이, 제이케이필름, 제이에스픽쳐스 같은 제작사들이 CJ ENM 산하 자회사·손자회사로 편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