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 전철, 거래소 문턱 변수되나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IPO]지주 컨트롤타워, 사실상 '한몸'… 심사 과정 '질적 평가' 관건
김시목 기자공개 2019-03-22 14:49:0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가 상장 첫 번째 관문인 거래소 심사를 순탄하게 통과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거래소와 시장에서는 돌연 IPO를 접고 지분매각으로 선회한 현대오일뱅크 탓에 실망감이 상당했다. 일부에선 불편한 심기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자금사정이 급하자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 만에 다른 계열사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물론 거래소가 상장 요건을 갖춘 기업의 증시 입성 자체를 막긴 어렵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전철을 이유로 사업성 등의 질적 심사에서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면 변수가 커진다. 특히 두 곳의 상장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현대중공업지주 한 곳인 점을 고려하면 속도전에 나서야 하는 그룹 입장에선 일정 등에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 오일뱅크 엎은 지 한 달만에 계열사 IPO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상장을 추진한 현대오일뱅크는 빅딜 가뭄에 시달린 당시 IPO 시장에서 유일한 대형 딜이었다. 거래소도 패스트트랙 등을 활용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감리 탓에 해를 넘기긴 했지만 올해 역시 시장 분위기를 이끌어갈 메가 딜로 기대했다.
발목을 잡던 감리 부분 역시 해를 넘기기 전에 종료됐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지주의 선택은 거래소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IPO가 아닌 지분매각이었다. 현대오일뱅크 IPO와 관련해서도 연기란 표현을 썼지만 자본확충 목적을 달성한 만큼 사실상 철회였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매각이 발표된 2월 거래소나 IPO 시장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거래소는 대어급 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실망감이 컸다. 특히 대어급 IPO들의 매각 등 잦은 투트랙 전략 탓에 불편한 심기가 커졌다.
물론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그룹 계열사란 점 외엔 공통점이 없다. IPO 여건이나 업황 분위기 등도 다르다. 하지만 두 곳의 상장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주체가 현대중공업지주란 점에서 거래소 입장에선 불신이나 불편함이 남아있다.
시장 관계자는 "거래소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지원했지만 결과가 기대와 정반대였다면 마음이 좋을리 없다"며 "특히 오일뱅크와 그린에너지가 다른 회사긴 하지만 사실상 지주에서 컨트롤한다는 점에선 불편한 심기의 대상은 한 곳"이라고 말했다.
◇ 연내 상장 속도전에 변수
거래소가 상장 요건에 부합하는 지를 평가하는 예비심사에서 과거 감정만 가지고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를 제지하긴 불가능에 가깝다. 양적 평가에선 객관적 수치가 활용될 수 밖에 없다. 큰 틀에선 심사 승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거래소가 엄격한 질적 평가를 적용한다면 연내 속도전에 나선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그 자체가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심사 장기화로 일정이 뒤로 밀려나면 연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의 경우 오랜 적자 끝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계속이익 가능성 등의 항목은 잠재 불안 요인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킥오프(kick off) 미팅을 시작으로 기업실사 등 상장 절차에 속도를 내고있다. 이르면 5월 첫 번째 관문인 거래소 심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두 달 가량의 예비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면 9월 무렵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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