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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현대차·모비스' 전략 달랐지만 결과는 '완패' 현대차 주총서 최대한 몸 낮춰…모비스 주총서는 '이의제기'로 의견 피력

고설봉 기자/ 임경섭 기자공개 2019-03-22 17:02:55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략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주주들의 믿음은 확고부동했다. 엘리엇의 '달콤한 유혹'에 의결권을 내어준 주주는 많지 않았다.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주주제안에서 모두 실패했다.

29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관에서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 엘리엇은 참패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주주제안은 모두 주주들에 의해 부결됐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현대모비스 주주들도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주총 1
<22일 오전 9시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현대차 주총은 잡음 없이 끝났다. 엘리엇에서 파견한 세 명의 변호사들은 크게 물의를 빚지 않는 선에서 주총에 참석했다. 별도 주주제안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는 주총 자체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표결에 대한 검표위원 등을 선임하며 최대한 현대차를 압박하려고 했지만, 주총 자체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등의 행동은 삼갔다.

주총에 임하는 방식도 기존 엘리엇이 취하던 전략과는 사뭇 달랐다. 최대한 현대차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엘리엇 대리인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 정두리 변호사는 "오늘 주주총회는 엘리엇과 현대차의 대결의 자리가 아니라, 주주들이 한데 모여 기업 경영구조와 자본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기회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취했다.

그러나 막상 표결이 시작된 이후 엘리엇은 날선 모습으로 주총에 임했다. 엘리엇 대리인으로 참석한 정 변호사와 그 동료들은 검표와 의장의 회의진행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에 집중했다. 정 변호사는 검표위원으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분을 꼼꼼히 체크했다. 자리에 남은 다른 변호사들은 이사회 진행 사항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도표에 수치를 채워 넣는데 여념이 없었다.

엘리엇 대리인 검표
<22일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 엘리엇 대리인으로 참석한 정두리 변호사가 검표위원으로 참관해 주주들의 안건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주총에 임하는 엘리엇의 각오는 조금 더 확고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주총에는 조금 더 강경한 입장으로 임했다. 주총이 시작한 이후 박정근 신임 대표이사의 의사진행발언이 끝나고 엘리엇 대리인들은 곧바로 발언권을 얻어 강공을 시작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 자신들의 투자 목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명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다만 이후 주요 의안들의 표결에 대해서 엘리엇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한 의안들에 대해서는 모두 서면 표결을 요구했다. 일부 주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고 하기도 했으나, 엘리엇은 이를 재차 거부하며 끝까지 표결을 요구했다. 대부분 주주들이 반대했지만 엘리엇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 대한 엘이엇의 전략은 달랐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주주들은 대부분 현대차그룹의 안건이 타당하다고 표결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각 사의 표결 안건인 사외이사 선임과 배당 등에 대해 양사 주주들은 모두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모비스 주주총회
<22일 열린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투표우원들이 주주들의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주주들이 신뢰는 강력했다.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현대차가 엘리엇을 눌렀다. 이날 현대차 출석주주는 1만7117명으로 전체 주주의 82.1%(위임장 포함)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86.0%가 현대차의 배당정책에 찬성했다. 엘리엇의 요구에 찬성한 주주는 13.6%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참석 주주의 90.6%가 윤치원 후보에 찬성표를 보냈다. 이외 유진 오 82.5%, 이상승 77.3% 등의 손을 들어줬다. 반대로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에 대한 찬성표는 존 리우 19.1%, 로버트 맥긴 17.7%, 마가렛 빌슨16.5% 등으로 저조했다.

현대모비스 주총의 표결결과도 비슷했다. 주주들은 배당안에 대해 85.9%의 찬성률로 현대모비스의 안을 동과시켰다. 엘리엇에 동조하는 주주는 13.7%에 그쳤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주주들은 현대모비스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추천한 브라이언존스와 칼 토마스 노이먼 후보가 각각 90.0%와 91.4%의 압도적 득표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이런한 주총 결과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앞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대부분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엘리엇의 배당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라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현대차그룹 의결권 자문사 결과

이러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현대차그룹의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년간 글로벌시장에서 완성차 판매량 둔화로 고전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래차 기술에서 경쟁사 대비 한템포 빠르게 신차를 내놓으며 새롭게 열리고 있는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더불어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혁신 등에 대한 그룹 안팎의 요구에 부흥하며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보강 계획을 밝혔다. 국적과 상관없이 전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인사들을 추려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 중이다. 현대차와 모비스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대거 이사회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은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통해 리더십을 교체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대대적 인사를 통해 내부 혁신을 완성했다. 이번에 현대차 사내이사로 선임된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장에 독일 BMW 부사장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임명하며,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기술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외 부회장단들의 용퇴와, IT 등 전문가들의 영입으로 미래차 개발에 대한 전문가 수혈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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