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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칩스의 항변 "국민연금, 현실 모른다" '상근 근무 부실' 감사 선임안 반대, 중소기업 현실 외면 비판도

박창현 기자공개 2019-03-22 17:41:33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전장 반도체 업체 '텔레칩스'가 국민연금과 대척점에 섰다. 텔레칩스 이사회가 추천한 감사 후보를 국민연금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감사 후보가 상근 감사로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반대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텔레칩스 측은 중견기업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대기업과 달리 감사실을 둘 형편이 안되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내부 지침에 의거한 탁상행정에 빠져 보여주기식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상장사 36곳을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시했다. 사전 의결권 공개 대상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다.

코스닥 상장사인 텔레칩스도 의결권 행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텔레칩스는 자동차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을 통합 제어하는 인포테인먼트(AVN) 시스템 개발업체다. 수준 높은 기술력을 토대로 현재 해당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벤츠, 도요타 등이 대표 고객사다. 혁신 벤처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국민연금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텔레칩스 지분 11.77%를 확보하면서 이장규 대표이사에 이어 2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대규모 투자에 나선지도 벌써 4년째다.

오랜 기간 주주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유독 감사 선임건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날을 세우고 있다. 앞서 2017년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조동환 감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조 감사의 장기 연임을 문제 삼았다. 실제 조 감사는 11년 동안 텔레칩스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최대주주 측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견제 업무 수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조치였다.

올해 국민연금은 또 다시 감사 선임안에 제동을 걸었다. 텔레칩스는 현재 송준용 법무법인 요수 대표 변호사를 신임 감사로 추천해 둔 상태다.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에 또 다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상근 감사로 선임돼도 상주 근무를 할 수 없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대 사유다.

텔레칩스는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반대라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상장사는 자산 규모가 1000억원이 넘으면 감사를 반드시 상근으로 둬야 한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은 상장사들은 상근에 준하는 형태로 유동적으로 감사 인력을 운용한다. 대기업처럼 감사실을 정식 직제로 둘 정도의 인력과 재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텔레칩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감사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2명의 감사에게 배정된 보수 총액은 1억원이 전부다. 이사 평균 보수(3억7500만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상근 감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장기 연임을 반대해 따로 외부 추천까지 받아 신임 감사 후보를 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또 반대를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중소·중견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명문화된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거 조항에 따르면 텔레칩스는 감사실이 새로이 생기기 전까지 매년 국민연금과 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중소 벤처기업 현실을 반영한 개정 지침을 내놓지 않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가 해마다 이어질 것"이라며 "물론 텔레칩스 등 성장 기업들도 감사 부문을 비용이 아닌 성장을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추가적인 재원 투입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공시 외에 추가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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