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월)

people & opinion

'늘공'과 '어공'의 차이 [thebell desk]

김용관 금융부장공개 2019-04-08 15:31:2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5일 08: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금융감독원 4급들은 억울하다. 공직자윤리법 적용대상이라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퇴사할 경우 3년 간은 전공분야와 관련없는 일을 찾아봐야 하니 재취업 가능성이 거의 없다.

금감원은 공무원과 달리 신입직원이 5급부터 시작한다. 4급(선임)이라고 해봤자 입사 4~5년차 사원·대리급에 불과하다. 민간기업에 재취업해서 전직장인 금감원에 민원넣기에는 경력도, 나이도 일천하다.

4급 이상 직원은 금감원 인력의 약 80%에 달하는 만큼 금감원 조직을 비대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퇴로가 없으니 금감원 인사 적체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 또다른 공직자들의 모습은 정반대다. 30대 청와대 행정관은 수억원을 받고 3년 임기가 보장된 메리츠금융지주 임원으로 취업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3급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퇴사한지 2개월만에 취업이 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 사람을 받기 위해 없던 자리까지 만들었다.

2월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행정관이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에는 대통령 경호처에서 퇴직한 3·4급 직원이 정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지분 투자한 민간기업으로 이직키로 했다.

해당 업무에 대한 경력이 전무한 이들이 받는 연봉은 수억원대. 청와대를 나오자마자 이를 '간판' 삼아 억대 연봉 등 사익에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가 자본금 10억원 및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적으로 이들의 이직은 문제가 없다. 심사 결과 이들은 업무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취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관들의 이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청와대'라는 이름 그 자체가 갖는 무게감이 너무 무겁다. 과연 이들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근무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취업이 가능했을까.

금감원 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재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이유는 해당 경력을 악용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유암코나 메리츠금융이 굳이 이들을 수억원을 주고 영입한 이유가 뭘까.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은 없지만 포괄적으로 이들의 영향력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훨씬 더 클 수 있다. 앞으로 이들의 청와대 근무 경력이 어떻게 활용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금감원 직원들 입장에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같은 공직자윤리법에 해당하는데도 누구는 퇴직하자마자 임원으로 영전하고, 누구는 3년간 취업조차 할 수 없으니 말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문제삼아 채운 족쇄가 청와대 행정관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가혹하다는 불만이다.

금감원의 편을 들자는게 아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취임사를 굳이 꺼내볼 필요도 없다. 때를 잘 만나거나 혹은 줄을 잘 잡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는게 특혜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늘공'(늘 공무원)인게 잘못은 아니다.

경력이 전무한 청와대 행정관들이 수억원을 받고 민간기업으로 내려가는 와중에도 전체 실업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4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편집인이진우등록번호서울아00483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