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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 분산 불가피, 한진그룹·금융계 역학관계 달라진다 [조양호 회장 타계]상속과정서 오너 지분 희석 가능성…대주주 일가 구심력 이완 틈타 금융권 관심 늘듯

최은진 기자공개 2019-04-09 11:28:1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8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은 행동주의 펀드와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조양호 회장 별세라는 변수를 만났다. 그룹 경영의 중심 역할을 하던 어른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은 물론 앞으로 그룹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상존하고 있다. 특히 오너일가의 지분율 및 지배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KCGI 외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커질 것으로도 우려된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8일 새벽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폐질환을 앓던 조 회장은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과 등을 접하고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회장의 시신 운구는 미국에서 서류작업 등을 거친 주말께 이뤄지고 그 이후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별세하면서 다양한 경영 변화를 맞딱드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오너일가의 지분구도. 한진·한진칼·대한항공 등 주요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구도에서 여전히 조 회장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속이 개시되면 오너일가의 지분은 일정 부분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는 데 상속세만 수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이 어려우면 일부 지분으로 물납이 이뤄질 수도 있다. 더욱이 조 회장의 지분이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에 각각 상속되면 조 회장에 쏠려 있던 지분 집중도도 크게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행동주의 펀드 및 국민연금 등과의 전면전을 계속하게 된다면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오너일가 지분율이 약하고 여러 명에게 분산 된 기업에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더 용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진그룹에 KCGI 이외의 펀드들이 투자를 늘리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민연금과 KCGI, 그리고 소액주주 연대 등에 의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된 바 있다. 여기에 더욱 약화된 오너일가 지분 및 지배력 집중도는 경영권 간섭 등을 노리는 금융계에게는 수익 기회로 판단될 여지가 높다. KCGI가 조 회장 별세와 함께 지분을 늘린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이미 일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PEF)는 한진그룹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목적으로 투자 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 행동주의 펀드가 반드시 오너일가에 부정적인 쪽으로만 영향을 미치진 않을 수도 있다.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오너일가와 연합군을 형성해 수익을 챙기는 역할을 고심하는 펀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오너일가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약화된 지배력을 염두에 두고 행동주의 펀드, 국민연금 혹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한진그룹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곧 경영 참여나 주주권 행사 등으로 이어지며 금융계와의 전면전이나 갈등이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과 금융계의 역학관계가 금융계 쪽으로 크게 기울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한진그룹에 백기사 형태로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할까 검토한 바가 있을 정도로 한진그룹은 행동주의 펀드 사이에서는 핫이슈"라며 "조양호 회장 별세로 오너일가 지분율 집중도는 약화되는 것이 자명한만큼 기관투자가들은 이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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