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양대 국적항공사는 왜 모두 위기를 맞게 됐나 [조양호 회장 타계]운수업 독과점에 안주, 취약해진 위기관리…시스템 개선 노력 안보여

구태우 기자공개 2019-04-09 11:28:4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9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승승장구했던 국내 1·2위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가 오너 문제로 벼랑 끝에 섰다. 한진그룹은 8일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대한항공의 지배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가족 경영 체제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다 현재의 위기를 맞았다. 때문에 진단과 해법 역시 항공산업의 구조적 시스템과 함께 한진가(家) 및 금호가(家) 집안 내력에서 찾아야한다는 해석들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국내 대형 항공사 두 곳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도대에 왜 이런 문제가 생겼고 혹시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적 시스템 문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운수권 과점에 곪은 대한민국 국적기

운수권은 항공사의 밥줄이다. 전 세계 93개 항공사가 357개의 국제노선을 주 5100여회 운항한다. 이중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도시에 취항하는 노선은 이른바 '황금알'로 불린다. 입·출국하는 승객수가 많고, 비례해 운항편도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주항공이 운항을 시작한 2006년까지 전 세계 운수권을 과점했다.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인 제주항공은 중·단거리를 운행한다. 미주, 유럽, 중동지역의 운수권은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다.

양대 항공사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건 운수권 때문이다. 운수권은 배분 구조상 이른바 '파이 나눠먹기'에 가깝다. 특정 국가의 영공을 이용하거나 착륙하려면 허가가 필요하다. 주요 6개국이 이를 관장하는 항공회담을 연다. 항공사에 운수권을 분배하는 역할은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다. 신규 운수권은 주당 운항횟수 및 노선기여도 등 20여가지 항목을 심사한다. 운수권은 신청한 항공사가 많거나, 평가결과가 동점인 경우 정량평가의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항공사를 선정한다. 때문에 대형 항공사가 운수권을 많이 확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취항노선이 125개, 87개인 반면 제주항공은 59개에 그친다. 티웨이(47개), 진에어(40개) 순이다. 양대 항공사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국내 5대 항공사 현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대한항공이 항공운송업을 시작한 건 196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중훈 선대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항공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 노후 항공기 8대가 전부였다. 노선수도 일본 동남아 등 5개에 불과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대한항공은 18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국내 최대 항공사로 거듭났다. 대한항공의 노선수는 국제선과 국내선 각각 112개, 13개에 달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2조6554억원, 6673억원이다. 자산총액은 24조3733억원이다. 1998년과 비교해 자산규모는 4배, 매출규모는 3배 가량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기간 동안 자산은 2배, 매출은 3.5배 커졌다.

LCC 항공사가 잇달아 출범하면서 비로소 양대 항공사의 과점에 균열이 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006년 국제선 점유율은 37.7%, 23.9%였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점유율은 20.5%,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14.6%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위는 독보적이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독과점 구조가 양대 항공사를 곪게 했다고 보고 있다. 항공운송업의 우월적 지위가 오너일가의 독단적 기업경영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항공·고속·리조트 등 사업부문이 단촐해졌다. 현재 유동성 위기는 과거 대우건설 인수를 비롯해 대기업을 무리해 인수하면서 빚어졌다. 이후 계열사를 매각했지만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계열사의 부실을 메우는 데 항공사의 자금까지 투입됐다.

◇형제 갈등 집안 내력도 한 몫, 위기 때 '각자도생'

한진그룹과 금호그룹의 역사와 국내 항공사의 독과점 구조를 살펴보면 두 가문의 집안 내력이 위기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독과점식 항공업의 시스템 문제에 더해 두 그룹 내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양호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1945년 설립된 한진그룹은 인천에서 주한미군의 화물을 운송을 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1957년 주한미군과 7만 달러 규모의 운송계약을 체결한 후 항공운송업을 시작하기 1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국영기업인 대한국민항공사(KNA)를 1969년 인수하면서 민항항공사가 최초로 출범했다. 1980년대 중동붐이 일었고, 1990년대 해외여행 붐이 시작되면서 대한항공의 규모가 커졌다.

금호그룹(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1946년 광주택시와 1948년 광주여객자동차(현 광주고속)를 설립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박인천 회장은 1960년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야공업)를 설립했고, 1973년 금호그룹이 출범했다. 창업주가 1984년 작고한 후 박성용(장남)·박정구(차남)·박삼구(차남)의 형제 승계 시대가 시작됐다. 박삼구 회장은 2002년 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사명을 바꾼 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커졌지만, '승자의 저주'가 발목을 잡았다. 2009년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면서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졌다. 한진그룹도 형제 간 경영권 다툼으로 쪼개졌다. 2005년 계열 분리를 통해 한진중공업은 차남인 조남호 회장이, 한진해운과 메리츠금융은 고 조수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가져갔다.

한진그룹과 금호그룹은 창업주 사망으로 계열사를 한 데 묶던 고리가 약해졌다. '뭉쳐야 산다'는 묵계가 깨졌고,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소송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형제들은 사분오열했고, 경영 위기 때 서로 강 건너 불구경했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 위기를 겪었지만, 형제 간 갈등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SK그룹과 두산그룹, 사촌 경영을 하는 GS그룹과 LS그룹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LG그룹은 장자가 그룹을 물려 받으면, 형제와 사촌은 경영에서 물러나는 전통을 현재도 고수하고 있다. 삼성(1938년 설립)과 LG(1932년 설립), 두산(1896년 설립)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승계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덜했다.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이 아니라도 현 항공운송업의 생태계와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양대 항공사가 운수권을 갖고 있었으니 회사는 알아서 성장했다"며 "항공사는 알아서 커졌으니 무리해서라도 그룹의 외형을 확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