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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비전 2030…신성장동력 '흔들' [삼성 미전실 해체 2년]⑥9조 들여 인수한 하만 순익 80% 감소…계열사 아우르는 중장기 로드맵 실종

김성미 기자공개 2019-04-12 08:27:16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2년이 지났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60여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14일 미국의 유명 오디오 브랜드 하만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자본시장은 물론 재계가 깜짝 놀랄 빅딜이었다. 이전까지 한국 M&A 역사에서 가장 큰 딜은 5조7000억원 규모의 두산-밥캣 인수였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80억달러, 9조3000억원 규모였다.

하만은 하만카돈, JBL, AKG 등 유명 오디오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다. 시드니 하만과 버나드 카돈이 1953년에 합작해 세운 세계 최대 오디오 기업이다. 또 자동차 전장사업에서도 톱 티어 그룹이다.

삼성의 하만 인수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9조원을 들여 M&A를 하고 관련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삼성의 하만 인수를 언제부터 검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최소한 2010년에 발표한 자동차용 전지 시장 진출 목표를 세웠을 때부터 이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2020년을 목표로 2010년 4월에 비전을 선포했고 그 중 하나가 자동차용 전지 사업이었다.

지금은 해체된 '미래전략실'은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전략'을 짜는 곳이었다. 삼성은 때마다 미래 비전을 선포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신사업으로 육성을 하다 접은 아이템들도 많았지만 이 같은 초석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되고 신성장 동력이 됐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금은 이 같은 '미래'를 말하는 기구가 없다. 2020년이 내년으로 다가왔지만 2030 비전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하만 실적 여전히 부진…시너지 효과 언제쯤

삼성의 하만 인수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2016년 말 인수 결정을 한 뒤 2017년 3월 후속 절차를 마무리했다. 하만 주주총회 승인, 미국을 비롯한 10개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 등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하만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형태로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공교롭게 하만 인수가 마무리되기 직전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삼성전자에 피인수된 뒤 하만의 성적표는 아직까진 신통치 않다. 삼성에 편입된 하만은 지난해 매출 8조8178억원, 순이익 4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80% 감소했다.

물론 하만 인수 초기에 관련 비용 문제와 인수 후 통합(PMI)에 따른 비용 이슈가 있다. 계열사 및 관계사를 정리하느라 비용을 쓰는 게 불가피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후속 작업이 미진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만 인수 후 삼성은 하만의 해외 법인을 합병 및 청산하며 정리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SDS 등 전자 해외 계열사에 흡수시키기도 했다. 과거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을 과정이 각 사와 협의를 진행하며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했다. PMI 과정 후 삼성이 하만과 사업 시너지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하만 이외에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사업부인 마그네티마렐리를 3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딜은 무위로 끝났다. 추가 M&A를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사적인 지원이나 변신 보다는 하만과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자생력에 맡겨두는 인상이 짙다.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은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개척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중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신수종 사업을 선정, 대규모 투자 결단을 이끌었다. 미전실이 빠른 의사결정, 계열사 간 시너지 등을 진두지휘하며 반도체 초격차, 갤럭시 신화 등이 가능했다. 미전실 해체 이후 이 같은 동력이 약해졌다.
하만_실적

◇사라진 2030 비전…180조 투자도 대부분 반도체

삼성은 지난해 8월 180조원 규모의 3개년 투자 계획과 4대 미래성장사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투자 집행과 사업 추진이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각사의 자율경영과 자금 사정에 맞춰 M&A를 판단하고 결단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협업이나 대규모 투자 집행에 한계가 있다.

미전실이 건재할 당시 삼성은 2010년에 2020년의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을 내놓았고 그 중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현재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만든 것은 미전실의 '미래 전략' 덕이었다. 당시 12명으로 시작한 바이오 사업은 현재 위탁생산(CMO) 시정점유율 3위라는 성과를 내고 있다.

미전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당시 삼성전자와 옛 제일모직이 각각 절반씩 자본금을 대도록 결정했으며 수차례의 유상증자 등 자금 확보에도 계열사 간 조율을 맡았다. 바이오시밀러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최소 6~7년간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미전실이 적극 나서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했다.

최근 삼성이 발표한 180조원의 신규 투자는 대부분 반도체 투자에 치중돼 있다.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했지만 해당 분야에 투자되는 금액은 약 25조원 수준이다.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하기엔 현재 진행형인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3년 뒤를 목표로 할 뿐이다.

현재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자율경영체제로 경영된다. 각사의 자금 사정과 투자 목표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만 인수와 같이 대규모 M&A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미래 비전을 내세우기 어렵다. 2010년에 제시했던 비전 2020 중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바이오나 자동차 전지 사업 외엔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게 없다. 각사 자율 경영 체제하에선 이 같은 실패 위험이 높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1000명이상의 글로벌 AI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아직까지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간 패널레벨패키징(PLP) 사업 양수도, 계열사 간 구조조정 등 미전실 없이 진행이 힘든 일이 비일비재하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기존의 사업은 사업부에서 충분히 투자를 결정할 수 있지만 계열사 간 협업이 필요한 신사업 추진 등은 사업지원TF 조직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림에 따라 과거처럼 신속한 판단과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신사업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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