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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정비 요구 묵묵부답, 인가 받고 싶어도 못한다 [한국물 무면허 영업 점검]은행·증권업 분리 규제 한계…금융당국 무관심, 혼란 조장

피혜림 기자공개 2019-04-22 13:37:3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 무면허 영업이 싹트게 된 데는 엄격한 규제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외국계 하우스는 라이선스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은행·증권업 분리 규제와 금융당국의 잦은 인력 교체 등으로 금융업 인가를 검토하는 하우스들이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금융업 인가 제도를 갖춰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았지만 금융당국은 무관심한 모습이다. 무면허 한국물 영업에 대한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인가 제도 정비는 물론 사태에 대한 잡음 자체를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모호한 금융당국의 태도에 라이선스를 받은 하우스와 무면허 하우스 모두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증권업 자회사 설립, 사실상 어려워

무면허 한국물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외국계 하우스는 대부분 은행계다. 꾸준히 한국물 시장에서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코메르츠방크와 미쓰비시UFJ 역시 은행계 하우스였다.

지난 3년간 더벨 한국물 주관 리그테이블에 오른 무면허 은행계 하우스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와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내셔널호주은행(NAB), 웨스트팩(Westpac), 캐나다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RBC),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 뱅크오브뉴질랜드(BNZ), 중국은행 등 10여곳에 달한다.

일부 외국계 하우스에서는 엄격한 규제가 무면허 영업을 확대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시장의 경우 주관 수수료가 축소되는 등 시장 규모는 작아지는 반면 증권업 자회사 설립과 인력 채용 요건, 각종 제도적 규제 등으로 금융업 인가를 받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막대하다"며 "외국계 하우스들이 한국 금융업 인가를 받는 방안을 검토는 하지만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은행계 하우스가 한국물 주관을 위한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서는 증권업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 국내법상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은행이 진출했어도 증권사를 별도로 차려야 하는 탓에 자본금 납입은 물론 인력 채용 등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은 은행과 증권업의 겸업이 가능하다.

어렵사리 금융업 인가 신청을 결정해도 관련 절차를 마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잦은 인력 변경과 적격성 심사 등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인가 결정에만 수 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정당한 영업을 하기 위해 라이선스를 받고자 나서도 오랜 기간 무면허 영업 신세를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제도 갖췄지만 정비 '무관심'…외국계 하우스 혼란 초래

다만 지난해 말 기준 22곳의 외국계 하우스가 라이선스를 받고 정당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문제제기는 다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국내 금융업 인가를 받은 대부분의 하우스가 은행계였다. 금융업 인가를 위해 자회사 설립 등 각종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업 인가와 관련한 각종 문제 제기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국계 하우스가 겪는 금융업 인가의 어려움 이외에도 무면허 한국물 영업 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물 발행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물론 금융업 인가 등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금융정책 총괄 및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 모두 관련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모호한 상황이 지속되자 외국계 하우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라이선스를 받고자 고심했던 일부 하우스는 무면허 영업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자 금융업 인가 검토안을 접는 모습이다. 반면 금융업 인가를 받은 하우스의 경우 라이선스에 대한 실효성이 두드러지지 않자 홍콩지점으로 되돌아가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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