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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준비, 심리적 편견 극복해야 [WM라운지]

곽재혁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선임연구위원공개 2019-04-24 08:12:47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2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0년대 인기 TV프로그램 가족오락관에서 나온 난센스 퀴즈이다. 어느 날 20년간 담배를 피운 골초가 친구 앞에서 신문을 집어 던지며 "이놈의 신문만 보면 담배가 백해무익하다고 난리를 치고, 신문을 본 마누라는 뭣하러 피우냐며 바가지를 긁으니 더는 못 버티겠네. 당장에라도 끊어야지"라고 투덜거렸다.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자네가 드디어 담배를 끊는구먼. 잘 생각했네, 잘 생각했어" 라고 하자 골초가 어떻게 대답했을까?

(정답)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담배를 끊는다고 했나? 신문을 끊는다고 했지."

그렇다. 당장 고달픈 미래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마치 골초 인구가 담배 대신 신문을 끊으면서 당장 마음 편한 쪽을 선택하듯 이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않는 것이다.

최근 은퇴·노후에 대한 불안은 서민들을 넘어 중산층, 대중부유층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엠브레인모니터'라는 시장조사업체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3%가 노후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외에도 매스컴에서 발표한 수많은 관련 설문조사들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노후에 대한 걱정만큼 대비를 병행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보험연구원에서 '노후대비를 위한 노후자금의 충분정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9.6%는 노후준비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또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서 20대 이상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노후대비'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2%는 노후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이유는 앞서 말한 금연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나이 들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자체도 싫은데 고령화 이슈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된 은퇴 후의 삶과 현실을 매칭시키는 것이 전혀 유쾌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매스컴을 뒤지면 노후파산, 유병장수, 가족불화, 비관자살 등… 부정적이면서 자극적인 이슈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일부 금융기관 영업직원들이 '노부부가 40년간 자장면만 먹고 살아도 10억원은 필요하다'는 식으로 제시하는 무성의한 접근도 문제이다. 자장면 먹고 살려고 은퇴하는 것도 아닌데 접근방식 자체가 우울할 뿐더러 현실과 목표와의 괴리도 너무 크다 보니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실행의 의지를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마련하려면 매월 얼마를 불입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돈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안은 일단 보험이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에 최대한 많이 가입해서 저축을 하고 투자를 잘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식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이를 무시한 천편일률적 제안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 정도면 은퇴 후 내 모습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씌워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나의 인생인 만큼 현실을 외면하고 '어떻게 되겠지'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마치 언 발에 오줌을 누면 당장에는 따뜻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서 동상이 더 심해지듯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셈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공적연금은 고려하지 않으며 은퇴 이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보유시)과 퇴직금, 매년 연말정산을 위해 조금씩 부어놨던 연금 활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 결코 그렇게 암담한 상황만은 아니다.

반대로 막연한 낙관에 빠지는 것도 금물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낙관주의 편향'은 자신과 관련된 일은 잘 될 것이라고 해석하는 편견의 일종이다. 특히 남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사실은 아주 어려운 일도 종종 '까짓거 그 땐 또 어떻게든 되겠지, 천천히 해도 잘 될 거야' 라는 식으로 해석해 버리기 쉽다.

이처럼 낙관주의 편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렵거나 그 결과가 먼 미래에 나타나는 일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뒤로 미루게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당초 마음 먹은 계획을 망치게 하는 큰 장애물 중 하나다. 특히 먼 미래의 계획에서는 이런 편견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그에 맞는 적당한 목표를 잡아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신의 인생이라는 축구게임 중 후반전을 어떻게 이끌어 가서 빛나는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최소한 40대 중반부터는 주기적인 은퇴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와도 같다.



곽재혁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선임연구위원

KB국민은행 IPS본부 투자솔루션부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FP협회 저널 편집위원
저서 : 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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