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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LG 인식 조사]스마트폰·반도체의 패착… 만년 2위 고착 이유(12)사업실행력 부족에 경영 전략 부족 지적도…보수적 기업 문화

이정완 기자공개 2019-06-03 08:12:11

[편집자주]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위권이지만 통상 두번째로 호명된다. '인화정신'이나 깨끗한 오너십은 호평을 받는 반면 만년 2등이란 이미지도 뿌리깊다. 더벨은 LG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LG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일반인 전화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일반인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4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3% 수준이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늦은 스마트폰 사업 대응 및 반도체 사업정리."

LG가 삼성에 이어 왜 '만년 2위' 이미지가 고착화됐을까. 예상했지만 뼈아픈 지적이 재확인됐다. 반도체를 포기하고 스마트폰 시대에 뒤늦게 대응한 게 LG의 패착 원인이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과감하지 못한 투자 등이 LG의 부족한 점으로 꼽힌다.

더벨은 2019 LG 인식조사를 통해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343명에게 LG가 삼성보다 뒤쳐진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었다. 이중 응답을 한 319개의 주관식 답변을 유사 응답별로 분류해 통계 처리를 해보니 응답자의 18.5%가 '스마트폰, 반도체 약세 등 사업 실행력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LG만년2위

주지하다시피 LG전자는 산업 대변혁기에서 두 번의 아쉬움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반도체 포기였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LG는 1995년 LG반도체로 이름을 바꾼 후 메모리 반도체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반도체 산업은 1998년 정부의 빅딜 작업 대상이 돼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길 것을 종용 받았다. 결국 1999년 구본무 회장이 LG반도체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LG는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는 이 사태를 LG가 만년 2위에 고착되는 시작점으로 봤다.

두 번째 아쉬움은 스마트폰 사업이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던 해에 취임한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은 맥킨지 컨설팅만 믿은 채 피처폰 사업에 올인하며 스마트폰 진출에 소홀했다. 남 전 부회장은 LG전자를 마케팅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미명 하에 스마트폰 R&D(연구개발) 조직도 축소시켰다. 그 결과 2009년 전체 회사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던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영업적자 7782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2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 뒤로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LG전자는 과거 피쳐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에 적극 나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에 지난해 DS(Device Solutions)부문 반도체사업 매출 165조7625억원, 영업이익 44조5783억원을 거뒀다. IM(IT & Mobile Communications)부문 역시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영향을 입었음에도 지난해 매출 214조8844억원, 영업이익 10조1720억원을 기록해 회사 매출의 38%, 영업이익의 17%를 차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중단은 IMF 외환위기로 인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스마트폰 사업은 시장 환경을 읽지 못한 패착이었다"며 "LG전자가 기술 변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G는 공정자산총액 129조6000억원으로 삼성·현대자동차·SK에 이어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순위 4위에 올랐다. 계열 분리된 GS(62조9000원)·LS(22조6000억원)의 자산총액을 합해도 약 215조원으로 2~3위권(현대자동차 223조5000억원·SK 218조원) 밖에 머문다. 삼성 자산총액 41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LG의 자산총액은 3분의 1 수준이다.

LG에 대해선 기술이나 마케팅, 과감성 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컸다. LG의 만년 2위 이유에 대한 두번째로 많은 응답은 기술혁신 미흡(17.2%)이었다. 서비스 및 마케팅 홍보 전략 부족(16.9%), 경영무능 및 소통부재(15.7%) 과감한 선택과 투자 부족(10.3%) 등이 뒤를 잇는 답이었다. 이밖에도 '보수적 기업 문화(7.5%)', '창의성, 도전성 부족(6.0%)'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낮은 비율이었지만 LG가 삼성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응답도 2.5%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LG의 만년 2위 이유에 대해 전문직 종사자들은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원인을 찾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 일색인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수적이고 과감하지 못하다는 응답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소수 의견 중엔 '치열함이 부족하다'거나 '능력보다 인화의 조직 운영 탓에 삼성에 밀렸다'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남들보다 먼저 치고 나가지 않고 시장 선도보다 뒤따라가는 데 익숙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수 의견 중엔 '운이 없었다'거나 '정경유착을 잘 못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반도체를 포기한 것은 결국 정부와 관계에서 로비력에서 뒤쳐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쁘게 표현하면 정경유착이지만 대관 능력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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