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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키 쥐었다 [대우조선해양 M&A]7월 기업결합 신청서 제출, 최장 5개월 소요

구태우 기자공개 2019-06-04 08:57:49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3일 1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첫 관문인 물적분할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에 쏠리고 있다. EU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가장 큰 난관으로 예상됐던 국가다. EU 회원국의 직원으로 구성된 '기업결합 자문위원회'가 양사의 결합 여부에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내달부터 EU와 일본 등 10개국에 순차적으로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다.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양사의 인수합병에 최대 변수로 여겨졌다. 10개국 중 한 곳만 반대해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은 전면 무산된다. 기업결합 심사는 짧으면 한 달에서 길면 다섯 달까지 소요된다.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 등 이번 딜에 관여한 키플레이어는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최대 난관인 EU에서 '기업결합 허가 의견'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자문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EU측과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EU의 선박 신조 주문은 전 세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상선 운영국 상위 25개국 중 10개국이 EU 회원국이다. 그리스, 독일, 덴마크 등이다. 유럽의 선주사들은 양사의 기업결합이 빚어질 영향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양사가 결합하면 수주 점유율이 20% 이상으로 커진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잔량 기준 글로벌 1위와 2위의 조선사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합병의 장점으로 저가 수주 개선을 꼽지만, 유럽 선주사는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일본과 달리 EU가 이번 기업결합을 좌우할 핵심으로 부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벌크선, 일본은 크루즈선 위주로 건조한다. 국내 조선3사(社)는 LNG선, 컨테이너선이 주력이다. 중국과 일본의 조선소도 기업 결합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기업결합에 이해관계가 대립하지 않는 분위기다.

EU의 기업결합 심사는 회원국 간 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에서 맡는다. EU 집행위 산하 경쟁총국(DG competition)이 기업결합 등 경쟁법의 소관부처다. 경쟁총국 기업결합 규칙에 따라 시장 집중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해야 한다. 1차 심사에서 기업결합이 역내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판단할 경우 2차 심사에 들어간다. 2차 심사는 EU 회원국의 직원으로 구성된 기업결합 자문위원회가 맡는다. 위원회는 총 90일에 걸쳐 기업결합이 미칠 영향을 심층적으로 조사해 판단한다. 그리스 등 회원국 직원이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는 점도 변수다.

현대중공업

EU의 기업결합 심사 사례를 살펴보면 시장 집중도를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2006년 라이언에어와 에어 링구스의 기업결합 사건과 2011년 그리스 양대 항공사인 에게안 항공과 올림픽 에어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전례가 있다. 기업결합으로 라이언에어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확고해지는 점을 들어 불허했다. 에게안 항공의 경우는 아테네 지역과 섬 지역에서 독점 효과가 발생하고, 가격 결정권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EU가 기업결합을 불허해도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라이언에어는 EU로부터 기업결합이 불허된 이후 공개 매수를 통해 에어링구스의 지분을 25.17%까지 늘렸다. 그럼에도 EU 집행위원회는 라이언에어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내에 기업결합 심사를 마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와 사내이사(조영철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주원호 중앙기술원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부문을 맡는다.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은 사업 자회사로 기존 조선 부문의 사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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