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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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로, '청산위기' 저축은행을 업계 '톱' 반열로 [한국투자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⑧IB 영업맨 시절부터 신용분석 '두각'…위기 마다 '리스크테이커' 자처

심아란 기자공개 2019-06-19 14:13:46

[편집자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슬로건은 'VISION 2020 아시아의 선도금융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71억원에 인수한 중소 증권사를 자산 71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들이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3일 08: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9년 순자산 '마이너스 500억원'이던 전라남도 여수의 작은 저축은행이 20년만에 2조6500억원짜리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재탄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성장 스토리에는 안흥저축은행 인수합병(M&A), 리테일신용대출 '햇살론' 최초 출시, 2019년 육류담보대출 재개 등 업계에 반향을 일으킨 굵직한 사건들이 있다.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저축은행을 업권 리딩으로 키운 중심에는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이사(사장, 사진)가 있다.

권 대표는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전통 IB 영업맨으로 이름을 날렸다. 기업공개(IPO)와 기업가치 평가 업무를 맡았던 권 대표는 '리스크 관리'에 남다른 감각을 보였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던 그가 굴지의 건설사에 회사채 지급보증을 거절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입사 7년만이던 1995년, 높은 성과를 인정받아 4년간 동원캐피탈의 초석을 다졌다. 1999년 동원증권으로 복귀한 권 대표는 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관리를 맡게 된다.

'자본시장에서는 다수가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권 대표는 위기 때마다 '리스크 테이커'를 자처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저축은행을 살릴 때, 리테일신용대출을 출시할 때 모두 그가 전면에 나섰다. 그룹에서 공로를 인정 받은 권 대표는 2019년 1월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저축은행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얻는다. 여신금융 자회사를 통해 도약을 꿈꾸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권 대표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중견기업 지급보증 '거절'…철두철미 리스크 점검 'IB맨'

권종로 대표이사
90년대 증권사는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면서 지급보증을 패키지로 판매하던 시절이다. 권 대표는 평범한 IB맨으로 건설사 회사채 지급보증 업무를 맡고 있었다.

권 대표가 30대 그룹으로 꼽히던 동아건설과 우성건설에 회사채 지급보증을 거절한 사례는 유명한 일화다. 동원그룹이 50대 그룹에도 들지 못하던 때라 내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영업을 할 거냐"며 질타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기업 신용도를 철저히 평가했던 권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1997년 IMF를 전후해 두 곳의 건설사는 부도났고 회사채 지급보증을 해주지 않았던 동원증권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권 대표의 리스크 관리 감각은 1995년 캐피탈 초기 설립 멤버로 발탁되는 데 좋은 스펙이 됐다. 당시 설립 멤버는 사장을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캐피탈 설립 등기부터 사업자 등록, 영업, 관리 등 회사를 안착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1999년 동원증권에 돌아와 금융계열사의 경영관리 업무에 투입된 그는 안흥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커리어에 또 한 번 전환점을 맞는다.

◇여수 저축은행 실사…'결자해지'로 리스크테이커 자원, 성과로 보답

1999년 권 대표는 7명의 직원을 데리고 여수에 있던 동원상호신용금고(현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6개월간 생활한다. 저축은행의 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가 목도한 여수는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렇다고 저축은행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룹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쏟아부은 자금은 900억원에 달했다. 청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해도 막막했다. 그는 절박했다. 당시 저축은행이 100개 가량 사라지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던 때다.

권 대표는 저축은행 정상화를 위해 수도권에 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증권맨으로 갈고 닦았던 자신의 '시장을 읽는 안목'을 믿었다. 저축은행은 정부가 인가한 사업인만큼 수도권 진출은 턴어라운드의 요건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룹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권 대표의 안목을 지지해준 건 다름 아닌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였다.

권 대표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천에 위치한 안흥저축은행 M&A 작업에 돌입했다. 실사, 협상 등 M&A 관련 업무를 책임졌던 권 대표는 외부 감독관이 "오너랑 특수 관계인이냐"고 물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2001년도에 최종적으로 딜을 마무리 했다.

권 대표는 안흥저축은행 인수 이후 동원증권의 경영관리실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흥저축은행의 5개 지점에 있는 80명의 직원들이 눈에 밟혔다. 실패를 경험한 저축은행이 수도권의 저축은행을 관리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외부에서 인력을 수혈했지만 초기 정착은 쉽지 않았다. 권 대표는 M&A를 주체적으로 성사시킨 만큼 딜을 '화룡점정'하는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그는 자원해서 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며 '리스크 테이커'로서 면모를 보였다.

업계 꼴찌로 그룹 내 천덕꾸러기였던 동원상호신용금고가 20년 만에 그룹의 '미래'인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성장했다. 권 대표는 그 사이 경제 상황이 나아졌고 모든 직원이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회고한다.

◇사장 취임 원년, 조직 피로감 관리 '집중'…신사업도 적극 검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최근 2~3년간 크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직원 피로감도 따를 만 했다. 최근 증권사, 캐피탈 쪽으로 인력이 많이 유출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취임 첫 해인 올해 앞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부를 정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조직을 추스리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쌓는 기간으로 삼았다.

권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기 위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육류담보대출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권 대표는 기업이 발전하려면 '외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2010년 저축은행 업계 최초로 햇살론을 출시할 때 내부 반대가 심했지만 성공으로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성과를 낼 수 없지만 좁은 문에선 반드시 성과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수도권에 진출해서 업권 리딩이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다. 다른 저축은행이 부동산PF로 망가질 때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유니크한 상품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앞으로는 개인신용대출(중금리 대출) 비중을 키워 제2의 도약으로 삼고 있다. 동시에 부동산, 부동산PF 관련 여신 비중을 줄일 방침이다.

권 대표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기본이 튼튼하다'고 자부한다. '힘 있는 사람'이 간섭하지 않고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사욕을 부리지 않고 공정한 조직을 만들기를 꿈꾸고 있다.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이사(사장)

<학력>
△고려대 무역학과
△KAIST MBA 졸업

<경력>
△1988년 동원증권 입사
△1995년 한국투자캐피탈 설립 요원
△1999년 동원증권 복귀, 금융계열사 경영관리
△2001 한국투자저축은행 경인본부 부장
△2006 한국투자저축은행 경영지원본부장(상무)
△2010 한국투자저축은행 영업본부장(전무)
△2013 한국투자저축은행 리테일사업본부장(전무)
△2019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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