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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설계자' 이용우, 은행 진출도 '그의 몫' [한국투자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⑪동원그룹 '금산분리' 기획…모바일뱅킹 시대 주도

심아란 기자공개 2019-06-24 09:18:26

[편집자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슬로건은 'VISION 2020 아시아의 선도금융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71억원에 인수한 중소 증권사를 자산 71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들이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7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가 이합집산해 기초체력을 키우던 2000년대 초중반, 동원증권의 한국투자신탁 인수합병(M&A) 딜은 백미였다. 인수 후 통합(PMI) 과정까지 완벽했던 금융회사 M&A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동원증권이 초대형IB인 한국투자증권으로 첫발을 내딛은 지점이기도 하다. 이 M&A 딜을 고안한 인물이 이용우 한국카카오은행 공동대표(사장, 사진)다.

현대투신운용에 근무하던 이 대표의 눈에 동원증권이 아른거렸다. 성장 여력이 충분한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 아깝기만했다. 이 대표는 동원증권이 '3투신(한국·대한·국민투자신탁)' 중 한 곳을 인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동원그룹의 금융 계열사 분리를 통한 지배구조 재편이었다.

이 대표의 청사진은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김 부회장의 신임을 얻은 이 대표는 그룹의 신사업 진출을 주도하는 '전략가'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처음으로 은행업에 도전할 때도 이 대표가 나섰다. 그는 은행업 예비인가 단계부터 현재까지 윤호영 공동대표와 함께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을 이끌고 있다.

"Yan(이 대표 영어이름)은 하루에 몇 보를 걸을까." 궁금하면 직접 움직이고 잠시도 앉아 있지 않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이다. 직원들과 가감없이 대화하기 위해 사내 호칭은 영어이름으로 통일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만큼은 먼저 의견을 말하는 법이 없다. 실무진의 감을 믿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리더십 덕에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뱅킹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금산분리 주도…금융지주를 탄생시키다

이용우 한국카카오은행 공동대표
이 대표는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대그룹의 종합기획실을 거쳐 현대투신운용에서 근무할 당시 김남구 부회장과의 만남은 그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바꾼다.

이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에 금융업만 영위하는 그룹이 등장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금융기관이 산업을 평가하고 자본을 배분하므로 금융을 이용하는 기관과 몸체가 같으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정부가 1990년대 초반부터 금융과 산업 분리 어젠다를 꾸준히 제기했고 노무현 정부(2003년~2008년)는 출범 전부터 금산분리 필요성을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김 부회장과 만나 이런 생각을 털어놨다. 이 대표는 김 부회장에게 동원그룹에서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 동원금융지주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동원증권이 M&A로 몸집을 키워서 금융업에 뛰어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금산분리'라는 명분을 살리면 '3투신' 인수전 입찰 경쟁에서 다른 곳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금융지주를 설계했던 이 대표는 김 부회장을 매료시켜 2002년 동원증권 상무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 내부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지만 김재철 창업주와 김 부회장은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2002년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하고 2004년 동원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성사시킨다.

이 대표는 금융지주의 확장을 위해 2004년부터 한국투자신탁 M&A 작업에 돌입해 이듬해 인수를 완료한다. 동원금융지주의 사명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바꾸고 2005년 6월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을 흡수합병해 한국투자증권으로 재탄생시켰다. 인수 이후 통합 과정에서 한국투자신탁 노조의 파업 등 부침이 있었지만 이 대표는 성과 보상 시스템을 확실히 정립해 조직원을 추스리고 원활하게 합병 작업을 완수해낸다.

◇그룹의 전략가, 카카오뱅크의 초석을 다지다

이 대표는 그룹 내 전략가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자산운용업의 확장을 위한 실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중책을 맡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CIO 자리에 있던 2015년 봄, 김남구 부회장은 이 대표를 호출한다. 김 부회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면 이 대표의 의견부터 들어봤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이 대표의 통찰력과 정무적 감각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부회장이 이 대표에게 물은 건 인터넷은행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은행이 크게 성공할 사업 모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카카오나 네이버 정도의 굴지의 ICT 기업과 협력할 경우 작은 희망이 있을 뿐 성공까지는 험로가 예상됐다고 한다. 그해 여름 이 대표에게 '카뱅 특명'이 떨어진다. 김 부회장은 카카오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을 결심했고 은행업 인가를 위해 TF를 꾸렸다. 김 부회장은 이 대표에게 카카오뱅크 TF팀장 자리를 제안한다. 기존에 그룹 내 다른 인물이 TF팀을 이끌고 있었지만 그는 자리에 부담을 느껴 자진해서 물러났다고 전해진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재미'를 느끼는 천성 탓에 이 대표는 김 부회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카카오와 함께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보였다고 한다. 그는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금융업에서 평판은 가장 중요한 자본이라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 김 부회장 역시도 이 대표에게 인가 과정을 흠결없이 진행해 달라 신신당부했다고 전해진다. 카카오뱅크의 은행업 인가와 관련해 잡음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호영 공동대표와 생산적인 '충돌', 모바일뱅킹 시대 주도

이 대표는 윤호영 공동대표와는 매일 '싸운다(?)'고 한다. ICT업계와 금융업은 사고의 틀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망 분리를 통해 고객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 윤 대표는 "그럼 개발 못한다"는 식이었다. 이 대표와 윤 대표는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카카오뱅크가 과감히 PC뱅킹을 포기하고 모바일뱅킹에 주력하는 게 이들의 합의점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표와 격의없는 대화처럼 모든 조직원이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서로 영어이름을 부르며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고 의사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오로지 '실행'에만 집중한다. 이 대표는 '다름'을 나누는 기업문화가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주도하는 원천이 됐다고 자부한다.

이 대표와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잘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해 1분기 처음으로 66억원의 순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2020년 기업공개(IPO)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 출범 2주년에 맞춰 고객수 1000만명 고지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오픈 중"이라고 말한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용우 한국카카오은행 공동대표이사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가야고등학교

<주요 경력>
△2017.04~ 한국카카오은행 공동대표이사
△2016.01~2017.04 한국카카오 공동대표이사
△2015.01 한국투자신탁운용 CIO
△2014.12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2012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2011.02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
△2008~2011 한국투자금융지주 투자전략실장
△2005.05~2008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2004.03~2005.05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2002~2005.05 동원증권 상무
△1996~1997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1992~1996 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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