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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비중 규제, 실효성 없다" 운용업계 반발 [법인용MMF 진단]④안전자산, 유동성확보 기여 '의문'…일반형MMF 수익률 하락 '직격탄'

이민호 기자공개 2019-06-24 13:33:00

[편집자주]

법인용MMF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 100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온 양적완화 기조를 타고 법인용MMF는 설정규모를 급속도로 불렸다. 이런 법인용MMF는 지난해 카타르 ABCP 사태 이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인용MMF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공채 등 안전자산 편입 비중을 일정 부분 의무화하고 분산투자 규제를 이전보다 강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용MMF가 성장한 배경과 추후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8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법인용 머니마켓펀드(MMF)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안전자산 편입비중을 사실상 강제하는 규제를 내놓으며 운용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운용업계에는 유사 시 채권시장 경색 정도에 따라 어느 자산이건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펀드 포트폴리오 규제는 운용의 자율성만 해칠 뿐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일반형MMF의 수익률을 필연적으로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전체 법인용MMF 시장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안전자산 30% 이하 법인용MMF '시가평가'…운용업계 '당혹'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터키발 금융 불안이 카타르국립은행(QNB) 정기예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불똥이 튀며 해당 ABCP를 편입한 법인용MMF에서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올해 1월 법인용MMF 안정성 제고 방안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법인용MMF 운용사들에게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거친 후 2021년 중 시행할 예정이다.

(1시각물)MMF기획_MMF기준가산정방식변경안

이 방안에 따라 앞으로 국채·지방채·통안채·은행예금·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같은 안전자산을 전체 펀드자산의 30% 이하로 담은 법인용MMF는 기준가 산정에 시가평가방식이 도입된다. 다만 안전자산 편입비중 확대로 유동성 관리가 용이해지는 만큼 현재 75일로 정하고 있는 가중평균 잔존만기 한도를 120일까지 늘리기로 했다.

반면 안전자산을 30% 초과로 편입한 법인용MMF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이 시가괴리율(장부가 대비 시가)이 50bp(0.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가 산정에 장부가평가방식을 반영한다. 다만 가중평균 잔존만기 한도를 6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법인용MMF 유동성 관리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분산투자 규제 강화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펀드 포트폴리오에까지 규제가 미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안전자산 편입비중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데까지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한 매니저는 아무도 없을 것"며 "직접 MMF를 운용하는 운용사가 잠재적인 위험을 더 잘 알 수밖에 없는데 당국의 입장만 내세우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고 적극적인 설명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운용업계, '안전자산 편입비중 규제' 실효성 의문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안전자산 편입비중을 의무화하면 유동성 확보가 현재보다 더 용이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펀드 포트폴리오 제한으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유사 시 펀드런이 발생했을 때 펀드자산의 30%까지만 환매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며칠 정도 시장 혼란을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30% 이상 환매 요구가 들어오면 어차피 환매를 못 해주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운용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규정하는 안전자산이 반드시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자산이 문제의 발단이 돼온 것은 사실이지만 유사 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은 어느 자산에서나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채도 시장 매각이 불가능해져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매입한 경우가 있었다"며 "채권시장이 경색되는 정도에 따라 유동성 위기는 어느 자산에서라도 발생할 수 있어 안전자산 편입비중 의무화는 운용 자율성만 해칠 뿐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2003년 SK글로벌 사태 때 통안채가 일시적으로 시장에서 팔리지 않았던 것처럼 크레딧물이 아닌 자산에서도 유동성 이벤트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법인용MMF가 리스크를 과도하게 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만 특정 이벤트가 몰리면 MMF가 아니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상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형 MMF '직격탄'…시장 위축 우려

운용업계에서는 국공채형MMF는 이미 안전자산 비중을 30% 초과로 편입하고 있어 잔존만기 축소에 따른 영향만 소폭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형MMF의 경우 시가평가를 받아들이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든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면서 장부가평가를 유지하든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일반형MMF는 회사채나 CP 편입비중을 높여 국공채형MMF보다 적게는 5bp에서 많게는 10bp까지 수익률을 끌어올린 상품이다.

먼저 운용업계에서는 일반형MMF가 시가평가를 받아들이면서까지 안전자산 편입비중을 30% 이하로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평가를 적용하면 MMF 고유의 경쟁력인 장부가평가를 포기하는 꼴이 돼 다른 단기채펀드 등 상품과의 차별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률 감소를 감수하면서 안전자산을 30% 초과로 편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안전자산 편입비중을 높이면 국공채형MMF와의 수익률 갭이 줄어 사실상 일반형MMF의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운용사가 일반형MMF를 따로 구분해오던 것은 수익자들의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준 측면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일반형MMF에는 안정성보다 수익성을 중점에 둔 고객의 선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공채형MMF와의 수익률 갭이 줄어들면 운용사는 굳이 일반형MMF를 따로 운용할 필요가 없고 기존 일반형MMF와 비슷한 정도의 수익률을 원하는 수익자들은 MMF외에 다른 선택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결국 규제 시행 이후에 일반형MMF가 국공채형MMF와의 수익률 갭을 얼마나 벌릴 수 있느냐에 따라 일반형MMF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반형MMF의 수익률이 여전히 국공채형MMF보다 높게 유지될 것인 데다 안정성이 현재보다 보강돼 여전히 메리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일반형MMF 주요 고객인 기관자금은 거래단위가 크기 때문에 국공채형MMF보다 수익률이 2bp만 높더라도 일반형MMF를 원하는 수요는 있을 것"이라며 "카타르 ABCP 사태 이후 설정규모가 크게 감소한 일반형MMF가 다시 살아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운용업계는 궁극적으로 법인용MMF에서 다른 업권의 대체상품으로 자금이 이탈해 운용사에 할당되는 분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법인용MMF의 경쟁력 저하는 대체상품으로 꼽히는 증권사 특정금전신탁(MMT)이나 은행권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로 자금이 이동할 유인이 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법인용MMF는 이슈 발생 때마다 규제가 강화되며 운용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며 "MMT나 MMDA에 비해 운용상 제약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어 현재보다 더 제약을 가할 경우 상품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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