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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등록제 앞두고 중소회계법인 인력난 울상 임금상승·인력이탈에 경력직 선호 심화…헌법소원도 예고

최익환 기자공개 2019-06-21 06:07:34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0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사인등록제로 회계업계가 변화를 겪자 대형회계법인과 중소회계법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입 회계사 채용에 미온적인 것은 물론이고, 교육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즉시전력감인 5년차 회계사를 선호하는 추세도 심화되고 있다. 중소회계법인들은 이달 중으로 헌법재판소에 감사인등록제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대형 회계법인들이 올해 수습 회계사 채용절차에 돌입했다. 이들 법인은 직접 대학교를 찾아 캠퍼스 리쿠르팅(Campus Recruiting)을 진행하는 등 인력 확충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딜로이트안진의 경우 올해 200명이 넘는 신규 회계사를 채용할 예정으로, 이는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20% 가량 늘린 것이다.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등은 평년의 채용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지난해부터 감사인등록제를 염두에 두고 채용규모를 늘렸던 터라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좋은 고용조건과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회계법인에 올해도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중소법인, 높아진 신입 회계사 몸값에 채용공고도 주저

그러나 전국 181곳의 중소회계법인의 경우 대형 회계법인들과는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별도의 수습 회계사 채용공고를 낸 곳이 많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수습 회계사를 채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곳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중소회계법인 관계자는 "어차피 1000명 가량 되는 합격자 대부분이 대형 회계법인으로 입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수습 회계사 채용공고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며 "굳이 찾아오는 인재가 있으면 검토하겠으나 실제 채용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수습 회계사들의 몸값이 올라간 것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영향으로 추가 근무수당이 높아졌고, 업계 1위인 삼일PwC가 직원들의 요구에 부응해 임금을 인상한 영향이다. 현재 대형 회계법인의 1년차 회계사 연봉은 인센티브와 수당을 합쳐 5000만원 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회계법인의 경우 대형 회계법인에 상당하는 임금수준과 인상률을 맞추려고는 하지만, 기타 복리후생 등에서 대형 회계법인의 비교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사와 자문 등 수주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영업을 위해 저가에 감사·자문업무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갓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역시 중소회계법인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향후 이직이나 전직을 위해서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편이 유리하고, 해외 인사교류·연수 등의 기회가 풍부한 글로벌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대형 회계법인의 채용 규모도 대부분의 회계사 합격자를 수용할 수준이 된 상황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소회계법인들이 아무리 대형 회계법인과 비슷한 연봉과 적은 업무강도를 내세우더라도 수습 회계사들의 관심은 저조하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 따라 달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인력 이탈에 몸살…"차라리 5년차 뽑는다"

설사 중소회계법인이 수습 회계사를 채용했다고 해도, 업무 교육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남는다. 전담팀이 따로 있어 1년 가까이 교육을 진행하는 대형 회계법인과는 달리, 중소회계법인은 파트너급이 수습 회계사에게 직접 도제식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회계법인은 이마저도 부담이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저연차 회계사들의 이직이 활발하다는데 있다. 교육을 위해 파트너급들이 상당 기간 업무시간을 할애하며 교육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정도가 됐을 때 다른 중소법인이나 타 업계로 이직한다는 것이다.

한 중소법인 파트너는 "4년차나 5년차가 됐을 때 법인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만 들면 수습 채용을 안할 이유가 없다"며 "1년차나 2년차에 이직하는 것을 책망하지는 않으나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부분의 중소회계법인은 즉시전력감으로 통하는 5년차 회계사들을 영입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교육비용과 업무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수습 회계사를 채용하는 것 보다 경력 회계사를 채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법인은 5년차 정도의 회계사들에게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인력 풀을 확충하고 있다. 중소회계법인 출신보다는 대형회계법인 출신의 5년차 이상 회계사들의 이직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경력직 채용만으로는 감사인등록제로 더 부족해진 일손을 감당하기는 힘들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 감사인등록제 헌법소원 예고…반발에 부정적 시선도

이처럼 경영난과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회계법인들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감사인등록제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감사인등록제가 규정한 소위 ‘원펌 시스템'이 헌법에서 규정한 경제주체들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소회계법인협의회는 대형 법무법인에 헌법재판 변호를 의뢰해 서면 준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계업계에서는 일부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중견급 이상의 회계법인들은 헌법소원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고, 한국공인회계사회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개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회계개혁은 공인회계사의 이익을 위해 시작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소회계법인들의 반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력을 쌓아오지 못한 중소회계법인에게 감사인등록제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소회계법인은 정부만이 아니라 회계업계 내부에서도 싸워야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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