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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CB 또 독식하는 산업은행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19-06-24 09:02:42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1일 07: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CB 발행과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CB)는 시간이 지나면 대박을 안겨줄 상품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상품 5000억원 어치를 매입하는 곳은 구조조정 방안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산업은행이다. 매각 작업의 실제 향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곳도 산업은행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경영정상화 추이와 가능성에 대해 내부 정보가 가득 모여있는 구조조정 집행 기관이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을 발행케 하고 홀로 독식하는 문제,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한 시세차익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다.

정보의 왜곡 현상은 자본시장에 나타나는 흔한 일이다. 수많은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존재하고 여기서 파생하는 '도덕적 해이', '대리인 문제', '역(逆)선택의 문제' 역시 자주 등장한다. 한미약품 내부정보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내부자 사건이나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땅 투기에 나서는 사건이 모두 정보의 비대칭성과 관련한 문제다. 내부 정보를 개인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악용했을 땐 처벌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광의의 비대칭적 정보력 격차 현상은 어느정도 인정되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넘어가 주는 경우도 많다.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CB 투자 건은 2가지 상반된 관점으로 비춰지고 있다. 첫째는 구조조정을 위해 산업은행이 '영구CB'라는 상품을 수단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관점이다.

CB는 채권의 일종이라 아시아나항공이 망하면 산업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다. 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부실기업에 한방에 투입할 국내 금융기관은 어디에도 없다. "산업은행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유동성 지원이 '산업은행'이라는 정책금융기관이 나서니 해결되더라" 하는 관점이다.

둘째는 공모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사모 형태의 발행 방식을 적용한데 대한 적절성 여부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산업은행은 2010년 5월 구조조정에 막 돌입한 금호석유화학이 2000억원 어치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이 물량 중 1698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3만원대였던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이후 한때 20만원대까지 급등했고 산업은행은 한때 1조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매각 시기를 놓친 산업은행은 2015년 6월에서야 매각했으나 투자금액의 2배 가량 차익을 봤다. 당시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CB를 발행했을 당시 산은이 적절한 정보를 주지 않았고 거의 독단적으로 진행해 여러 은행들이 항의했었다"며 산은을 비난했던 적이 있다.

두번째 관점에서 보면 산업은행의 금호석유화학 CB 투자나 아시아나항공 CB 투자는 '내부정보'를 잘 알고 있는 국가 기관이 부실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거두려 한 사건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극단적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에게 "지금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CB를 대규모 매입하려 하는데 함께 매입하시겠습니까"라고 투자 여부를 묻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연이자율은 7%나 되고, 대주주가 바뀌어 부실화의 이유가 됐던 일부 불안 요인이 제거되면 쉽게 정상화 될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이다. 새로운 대주주는 누구일 지 모르지만 SK, 한화, 애경 등 재무 여건이 양호한 대그룹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과 동시에 유상증자가 실시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획기적으로 좋아질 전망이다.

결과는 짐작 가능하다. "나도 한번 투자해 보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비대칭적 정보력을 활용한 투자 기회는 대형 금융회사가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로 인정해 줄만 하다. 리스크(Risk)를 진 만큼 테이킹(Taking)을 할 수 있어야 자본시장의 논리가 성립된다.

국책 기관은 다르다. 국가 기관이 자본이득을 꾀할 때는 개인 투자자, 기업 임직원 등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득실까지 고려해야 한다. 기존 보통주 주주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희망자에겐 주식 행오버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 정보를 알고 있는 국책은행과 정보를 모르는 개인·기업의 정보 격차가 곧 부의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기회로 투자차익을 꾀하려 하는 '상업화 한 국가기관'이라는 꼬리표가 산업은행에 따라다닐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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