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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 먹는 레포펀드 운용사 [thebell note]

김수정 기자공개 2019-07-08 08:20:52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5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포펀드에 특화된 모 하우스의 요즘 실정을 한마디로 말하면 '울며 겨자 먹기'다.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내부적으론 이미 서너 달 전부터 레포펀드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설정액이 뚜렷이 줄지 않고 있다. 레포펀드 인기가 식을 줄 몰라서가 아니다. 원인은 줄기차게 레포펀드 설정을 요구하는 판매사에 있다.

레포펀드의 '시장금리+α' 수익은 채권 스프레드가 여유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채권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면서 1년 만기 상품 기준, 작년만 해도 연 3% 초반 수준이던 레포펀드 기대수익률이 최근 2%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숨가쁘게 설정액을 키우던 레포펀드 하우스들 사이에서 속도조절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스프레드가 충분할 때도 공급자 시각에서 레포펀드는 투입 대비 산출이 박한 상품이었다. 레포펀드 운용보수는 연 0.1% 남짓으로 매일 레포를 매도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비해 작다. 인프라나 인력 유지비를 생각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도 힘들다. 최근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간간이 떨어지던 성과보수도 받기 어려워졌다.

판매사 얘긴 다르다. 레포펀드 판매 수수료율도 0.1%에 불과하지만 판매사, 특히 시중은행들은 레포펀드를 박리다매해 큰 재미를 봤다. 레포펀드로 유치한 투자금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레포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의 근래 최대 고민이다. 자금 이탈은 핵심평가지표(KPI) 악화로 나타난다. 필사적으로 고객에게 이런 저런 상품을 권하다가 실패한 은행 직원들은 도로 레포펀드로 돌아가 '이거라도' 하며 아쉬운 소리를 한다. 뒤에 가서는 운용사에게 맡겨 놓은 듯 레포펀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펀드 판매사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운용사에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소위 '갑질' 행태다. 심지어 같은 계열 운용사에게 마케팅비를 떠넘기는 판매사도 있으니 이번 레포펀드의 경우는 심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사례가 가볍게 보이는 건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 간 힘의 불균형에 따른 '갑을관계'를 당연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판매사와 운용사 간 관계는 운용과 판매가 분리돼 있는 국내 펀드시장 특성상 불가피하다. 이를 개선하려면 관리감독과 인식전환이 모두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중점 점검 사항으로 펀드 판매사 갑질 관행 철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점검, 혹은 지도 계획은 들리지 않고 있다. 펀드시장 판매채널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던 금융감독원장의 공언은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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