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05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요즘 어떻습니까."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돌아다니면서 최근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솔직히 청와대(BH)나 국회를 출입하는 것도 아닌데 김상조 실장의 행보·심중을 잘 알 리가 없다. 떠도는 소식을 몇개 주워들은 게 전부지만 이런 것은 질문하는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얘기다.
공정거래위원장에서 BH로 영전한 김 실장에 대해 묻는 이유는 아마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역학관계 때문일 것이다. 모피아(재무·금융관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던 김 실장이 아무래도 친분 있고 성향도 비슷한 윤석헌 금감원장 편을 들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감이 금융당국 안팎에 감돌고 있다. 혹자는 금감원이 금융위와 갈등구도에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는 '화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이슈마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도 모자라 고위인사들마저 서로에게 직설을 날렸다. 심지어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윤 원장을 대면한 자리에서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공개석상에서 서로에 대해 포문을 열고 있지 않으나 그렇다고 이들의 갈등이 불식된 것은 아니다. 정권 실세로 알려진 김 실장을 두고 이런저런 계산을 하는 것을 보면 파워게임의 중심이 누가 BH 연줄에 더 가까이 있느냐로 옮겨갔을 뿐이다.
부처 혹은 부서 간 경쟁과 이견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개인 간에도 견해가 다른 법인데 조직이라고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정책을 입안하는 금융위와 감독을 실행하는 금감원은 태생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가끔 토닥거리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조율하지 못하고 부처 이기주의와 정치적 경쟁으로 번지는 작금의 상황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금융정책과 감독이 파워게임의 수단으로 악용되면 그 피해는 누가 받겠는가. 개인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을 무책임한 태도로 여기지만 이번만큼은 양비론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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