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05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생명보험이 지난 2017년 발행한 후순위사채 잔액 중 일부가 올해부터 자본인정금액에서 빠진다. 후순위채는 잔존만기 5년 미만부터 해마다 20%씩 차감됨에 따라 올해는 340억원이 자본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안 그래도 3분기 연속적자로 인해 자본적정성 지표(RBC비율)가 하락한 농협생명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이 2017년 4월 발행한 후순위채 5000억원 가운데 1700억원의 자본차감 기간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당시 농협생명은 후순위채 중에서 1700억원은 7년 만기(2024년 4월 28일)로, 3300억원은 10년 만기(2027년 4월 28일)로 나눠 발행했다.

이 가운데 1700억원 규모 후순위채가 올해부터 잔존만기 5년차에 접어든다.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는 전액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잔존만기 5년 미만으로 접어든 시점부터 해마다 20%씩 자본인정금액에서 빠진다. 7년짜리 후순위채의 경우 지난 4월 28일 이후부터 잔존만기 5년 미만에 진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후순위채는 남은 만기가 5년 미만이 되는 시점부터 자본인정금액에서 20%씩 제외되는 만큼 2024년 4월 28일 만기인 채권의 경우 지난 4월 이후부터 차감이 이뤄진다"며 "올 상반기 말 기점으로 자본차감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농협생명의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193.4%다. 모든 조건이 그대로라고 가정할 경우 상반기 중 340억원(1700억원의 20%)의 자본차감이 반영되면 RBC비율은 1.51%포인트(151bp) 하락한 191.9%로 추산된다.

가뜩이나 지급여력이 감소하고 있는 농협생명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2017년 말 217.9%에서 작년 말 195%, 올 3월 말 193.4%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1분기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치 상승에 힘입어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평균 14.2%포인트 올랐지만 농협생명은 오히려 이를 역행했다.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3분기 연속적자가 자본적정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를 계속 늘려오다 작년부터 환헤지비용 증가에 시달리면서 운용자산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140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는 다소 회복되긴 했으나 흑자전환에 성공하진 못했다.

자체적인 이익유보로 자본적정성 유지가 어렵다면 외부조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협생명을 둘러싼 여건은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생명은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외에는 단기간 내 RBC비율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며 "문제는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자본여력도 좋은 편이 아닌데다 농협생명의 신용도 역시 나빠져 시장성조달 여건이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