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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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포드패밀리와 아이아코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7-22 08:30: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5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론의 여지 없는 전문경영인의 공로로 회사가 1978년 가치로 20억 달러 영업이익을 냈는데 그 경영자를 오너가 회사에서 축출할 수 있을까. 이는 실제로 1978년에 포드자동차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경영자는 GM의 알프레드 슬론 못지않은 전설적인 전문경영인 아이아코카(Lee Iacocca)다.

창업자 헨리 포드의 손자 헨리 포드 2세(Henry Ford II, 1917~1987)가 발탁해서 성장시킨 아이아코카는 가족 내에서 적임자가 없을 경우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자였다. 그러나 아이아코카는 지나치게 유능한 데다가 가족의 위치를 위태롭게 할 만큼 야심적인 사람이었다. 여기서 가족의 위치라 함은 보통 지금 대주주의 위치라기 보다는 그 자녀의 위치를 말한다.

1976년 10월에 포드 2세는 모친상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인생을 되돌아보고 회사에서 떠나 은퇴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포드 2세는 자신이 회사에서 손을 떼기 전에 후사를 위해 아이아코카를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이사회는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직접 손에 피를 묻히기로 한다. 먼저 사설탐정을 시켜 아이아코카의 비리를 캤다. 별로 나오는 것이 없었다. 그러자 회사에는 보물들이지만 아이아코카의 측근인 핵심 중역들을 쳐냈다.

1977년 4월 포드 2세는 3인 지도체제를 도입했다. 자신, 아이아코카, 그리고 국제사업 담당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콜드웰(Philip Caldwell)이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콜드웰이 2인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 조치에 격분한 아이아코카는 이사회를 공략하기 시작했으나 이 정도 문제에서는 이사들이 모두 오너인 포드 2세 편이었다. 심지어 포드와 사이가 나쁜 그 동생조차 눈물을 머금고 가족편에 섰다. 아이아코카도 포드 2세의 비리를 수집했다. 그러나 행실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가족은 물론이고 이사회, 나아가 주주들 조차 큰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당시만 해도 주식회사는 그냥 돈을 버는 곳이고 윤리학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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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아코카는 회사 외부 인사들에게 구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이 대목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잡혔다. 이런 문제는 회사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는 안되는 것이다. 포드 2세는 이사회의 소위원회에 자신과 아이아코카 중 양자택일 할 것을 요구했다. 표결도 필요없이 이사들은 포드 편에 섰다.

아이아코카는 명예롭지 못하게 회사에서 축출되었다. 포드 2세는 CEO직을 내려놓고 재정위원회에만 남아서 자신의 조부가 했던 방식으로, 은퇴했으면서도 회사의 모든 것을 감독했다. CEO 자리는 1979년에 콜드웰이 승계했다. 원래 동생에게 승계시키려고 했지만 이사회가 능력 문제로 부정적이었다.

그 후 포드 2세가 점차 회사 일에서 멀어지게 되고 아들이 회사에 들어왔다. 능력과 열정 면에서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회사는 경영자들이 이끌어갔는데 총체적 난맥상이 노정되었다. 포드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임금이 지나치게 높고 경영자 보수가 과도한 회사였는 데다가 생산과 경영 양 측면에서 일본 회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었다.

1980년에서 1982년 사이에만 회사 가치의 43%인 33억 달러 손실이 기록되었다. 시가총액은 106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내려앉았고 부채비율은 19%에서 79%로 상승해서 신용등급이 AAA에서 BBB로 강등되었다. 결국 아이아코카를 내 보낸 것은 가족들에게는 어땠을지 몰라도 회사에는 실책이었다.

아이아코카는 포드에서 문자 그대로 쫓겨나 바로 옆 동네의 크라이슬러 CEO가 되었는데 포드에서 같이 일했던 측근들을 모아 위기에 빠져있던 크라이슬러를 되살려 내고 1980년대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세간에는 크라이슬러의 성공적인 경영자로 더 잘 알려졌다. 포드가 크라이슬러를 살려준 셈이다.

포드 2세의 조카 빌 포드가 등판했다. 빌 포드는 1979년에 입사해서 여러 보직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었다. 1999년에 대주주로서 이사회 의장이 되었다. 회사는 제2의 아이아코카라고 불린 자크 나세르가 1999년부터 경영했는데 빌 포드는 나세르와 그 중역들과 충돌했다. 채식주의자 빌 포드는 환경문제 등 회사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스타일인데 반해 중역들은 이익과 주주가치 숭배자들이었다. 빌 포드가 너무 착한 척한다고 생각했다. 나세르는 사사건건 빌 포드와 대립했다.

2001년에 55억 달러 손실이 기록되었다. 나세르는 축출되고 빌 포드가 CEO직을 떠맡았다. 한 나라에 생각이 전혀 다른 왕이 둘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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