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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삼성, 스마트폰 국산화율 '90%'…감춰진 2·3차 소재2010년 후 협력업체 국내사로 '탈바꿈'…제조 끝단 일본 편중은 여전

김장환 기자공개 2019-07-17 08:20:41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5박 6일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3일 귀국한 직후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주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발표 이후 바로 일본으로 떠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일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는 귀국 후 가진 사장단 회의에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틴전시 플랜을 주문한 품목은 스마트폰과 TV 등이다. 일본의 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등 수출 규제 조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겨냥해 시작됐지만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도 이로 인한 여파가 클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급망은 일본 종속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하지만 2·3차 벤더 단으로 내려가면 여전히 일본산 부품 비중이 크다. 2·3차 벤더들이 활용하는 일본산 부품은 여전히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부품 국산화율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주목하고 있다. 더 나아가 2·3차 벤더의 부품 제조 소재 국산화율도 조망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의 제조 공급망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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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은 국산화율이 이미 9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주요 부품은 모듈화가 이뤄져 국내 기업들로부터 1차 공급을 받는다. 1차 벤더를 중심으로 국산화율은 이미 수위권이다. 다만 2·3차 벤더사들이 이용하는 부품 소재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2,3차 벤더들이 사용하는 소재에 일본산이 몰려 있을 경우 수출 규제 현실화시 스마트폰 역시 충격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휴대폰 제조에 활용되는 부품은 미국과 일본산이 대부분이었다. 디스플레이 외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핵심칩은 미국 퀄컴, 제품 안팎에 쓰이는 부품 전반은 일본산으로 채워졌다. 선진 시장의 앞선 기술력 차이를 서둘러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였다. 완성품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로고가 박혀 있었지만 알맹이만 보면 사실상 일본 제품에 가까웠다.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를 시장에 첫 선보인 뒤 후속 제품들을 내놓으며 국산화율 높이기에 적극 나섰다. 스마트폰 주요 부품인 낸드플래시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이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시기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 등에 대해 독자 개발도 성공했다.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잇따라 스마트폰 부품 특허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는 중견·중소기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성회는 올 상반기 말 기준 190개사가 넘는다. 25년여 전 40개사로 시작된 협성회 가입기업 숫자가 이제 5배 가깝게 늘었다. 늘어난 협성회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곳들이다. 카메라모듈 공급사인 파워로직스, 캠시스, FPCB를 생산하는 비에이치, 인터플렉스 등 협성회에 포함된 다수 기업이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생산하며 새롭게 가입한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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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외 삼성전자 스마트폰 1차 벤더에는 미국과 중국 업체가 대부분이다. 해외 납품사만 살펴보면 CPU 등 칩은 퀄컴과 중국 스프레드트럼, 모바일 디스플레이 패널은 중국 BOE 등이 주요 납품처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조시 지출하고 있는 원재료 연간 매입액의 50% 수준을 차지하는 PCB, 터치스크린패널, 사출·메탈케이스, 광학필터, 진동모터, 내장소재 등 부품 공급사에서 해외 업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와 국내 1차 벤더들의 원재료 구매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그 끝단에는 여전히 일본 업체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카메라모듈과 PCB 등을 생산하는 1차 벤더들의 원재료 매입 업체에는 쇼에이, 시노세라, 도레이, 코스모, 소니, 미쓰비시, 제이씨유 등 일본 회사들이 여럿 있다. 2·3차 벤더까지 확대해서 볼 경우 일본산 소재로 만들어지는 부품들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산 원재료 납품 업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부품처들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와 벤더사들은 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 굳이 한국 업체로 이를 대체할 큰 이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산 핵심 부품 소재의 수출 규제가 산업 전체의 위기감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 부품 원재료의 국산화율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숙제가 새롭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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