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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움직이는 사람들]BKL 토종 로펌 기틀 조성…송무·기업자문 양대축 우뚝①'원칙·정도' 김인섭 변호사 설립…판검사 출신들로 출발

노아름 기자공개 2019-07-17 08:26:31

[편집자주]

1980년 겨울 김인섭 법률사무소로 출발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40년간 국내 인수·합병(M&A) 자문시장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펌으로 발돋움했으며, 중국·베트남·미얀마·두바이의 현지 사무소를 거점삼아 해외로 뻗어나갔다. 더벨은 태평양의 토대를 닦은 창립 세대부터 각 분야 기업자문의 입지를 구축한 2, 3세대를 거쳐 라이징스타로 주목받는 4세대 변호사까지 태평양을 이끄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6일 15: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0년 12월 대법원 인근 서소문로. 김인섭 변호사는 18년간 한몸과도 같았던 법복을 벗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작은 개인 변호사 사무소로 출발해 1200여명이 재직하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37년 6개월. 그간 태평양은 송무에서 출발해 점차 기업법무·국제분야로 자문영역을 넓혀왔다. 이익집단보다 가치집단이 되길 추구했던 김인섭 변호사는 법원·검찰의 간부를 지낸 판·검사들을 동료 변호사로 받아들여 태평양의 기틀을 닦고자 고군분투했다.

◇가치집단 추구한 BKL…태평양 기틀 닦은 1세대 창립이념

BKL
(왼쪽부터) 배명인, 김인섭, 이정훈 변호사 (출처: 태평양 홈페이지)

태평양이 지난 40여년간 강조해 온 '선비정신'은 "이익(利)보다 의로움(義)을 추구해야한다"는 김인섭 변호사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5·16 쿠데타 직후 계엄령이 발동된 상황서 서울지방법원 판사발령을 받았다. 이후 18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절차적 정의와 민주주의 원리가 무시되는 상황을 겪었다.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을 고민하던 그는 1980년 겨울 '토종 로펌'을 세우겠다는 포부로 개인 사무소를 개소했다.

설립 초기 김인섭 변호사가 무게중심을 뒀던 분야는 송무였다. 국제변호사가 아닌 판·검사들을 동료 변호사로 우선 받아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는 당시 여타 로펌들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국제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관련 법률사무 및 국제거래 법률자문을 주로 도맡아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김인섭 변호사의 소신에 공감한 이재식 변호사(1983년), 황의인 변호사(1985년)가 각각 합류했다.

개인 변호사 사무소였던 태평양이 현재의 대형 로펌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시점은 그로부터 6년 뒤였다. 1986년 배명인, 이정훈, 오용석, 이근병 변호사 등이 차례로 합류하며, 같은해 겨울 신야빌딩으로 자리를 옮겨 '법무법인 태평양 합동법률사무소'로 개편했다. 배명인 변호사는 법무부장관을 퇴임하고 김인섭 변호사와 손 잡았으며, 이정훈 변호사는 서울지검 검사 출신으로 미국 노트르담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를 취득한 뒤 김인섭 변호사와 의기투합하기로 마음 먹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영문명칭인 'Bae, Kim&Lee'은 공동설립자 중 일부인 배명인·김인섭·이정훈 변호사의 이니셜에서 비롯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기틀을 닦은 김인섭 변호사는 22년만에 로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65세가 되면 창업 대표변호사를 은퇴하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김 변호사는 2002년 "태평양이 민족의 영원한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역사와 더불어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남기고 퇴임했으며, 이후 배명인 변호사와 이정훈 변호사는 고문으로 남아 후배들이 조언을 구할 때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3인의 집행부 '균형감' 유지…'81학번 동문' 기업자문·송무 진두지휘

설립자를 필두로 1세대 변호사가 아직도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부 경쟁 로펌과는 달리 태평양은 1990년 안팎 법무법인에 합류한 사법연수원 15기 이후 변호사들이 구심점이 되고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태평양이 부침없는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성원 투표로 선출하는 업무집행 변호사 제도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재 태평양의 지휘봉을 쥐고 있는 업무집행 대표변호사는 김성진 변호사(15기)다. 김인섭(1980~1998년)·이정훈(1999~2003년)·이종욱(2004~2005년)·오용석(2006~2012년)·강용현(2013~2014년) 변호사에 이어 김성진 변호사가 2015년 이후 5년째 업무집행 대표변호사 역할을 맡고 있다. 산업단지·재건축재개발 등 건설·부동산 분야서 전문성을 쌓아 온 김성진 변호사는 태평양에 30년간 몸 담아 온 터줏대감이다. 태평양은 업무집행 대표변호사를 포함해 총 3인의 집행부가 안살림을 챙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각각 이형석 변호사(21기), 이준기 변호사(22기)가 맡고 있다.

업무집행 변호사
(왼쪽부터) 김성진, 이형석, 이준기 변호사

집행부 3인이 태평양의 경영을 맡고 있는 한편 서동우(16기·자문 총괄대표) 변호사와 송우철(16기·송무 총괄대표) 변호사는 로펌의 자문과 송무 양 기둥을 지탱하고 있다. 1981년 서울대 법과대학에 나란히 진학한 서동우, 송우철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1984년·26회), 법대 졸업(1985년), 사법연수원 수료(1987년·16기)까지 삶의 주요 단계를 함께 밟았다. 이후 변호사와 판사로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태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법조인 최초로 사법시험(26회)과 연수원(16기) 수석을 동시에 거머쥐며 주목받은 서동우 변호사는 판·검사가 아닌 변호사의 삶을 택한 뒤 태평양의 '간판 변호사'가 됐다. 서동우 변호사의 부친은 대법관을 지내 아들이 법관의 삶을 살길 원했지만 더 넒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아들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서동우 변호사는 법무관 복무 중에 자발적으로 태평양을 찾아갔다. 선배 법관과 교수, 그리고 김인섭 변호사와의 상의 끝에 1990년 태평양을 선택한 서동우 변호사는 현재까지 30년간 인수·합병(M&A) 및 지배구조 개편 등 기업자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3년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긴 송우철 변호사는 조세 및 행정사건 분야서 명성을 떨친 베테랑이다. 1990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각급 법원에서 23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지적재산권·행정사건 등을 다뤄왔다. 태평양에 터전을 잡은 이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과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부 부장판사를 역임한 조일영 변호사(21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유철형 변호사(23기), 강석규 변호사(25기) 등 역시 태평양 조세그룹의 막강한 변호인단으로 손꼽힌다. 코레일과 국세청의 1조원대 법인세 환급 소송서 코레일을 대리했으며,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부가가치세 소송에서는 KT 측을 대리했다.

서동우 송우철
(왼쪽부터) 서동우, 송우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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