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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파장]SK하이닉스, 120조 클러스터 투자 계획 불똥튈까반도체값 하락 고심 중 '찬물'…2022년부터 연평균 12조 투자 "부담 없다"

김장환 기자공개 2019-08-07 08:21:48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6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파로 SK하이닉스의 12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제대로 투입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의문부호가 생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태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일본과 무역 분쟁 여파가 장기화되더라도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시작되는 시점 이전까지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반도체 가격 반등이 시작돼 대규모 투자 철회까지 결정해야 할 정도의 타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까지 실적만 두고 보면 SK하이닉스의 자금 조달엔 차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해지기 시작했고 내년 까지 실적 부진 추세가 이어진다면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지 않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입장이다.

◇120조 투자 앞두고 일본 수출 규제 '발목'

SK하이닉스는 정부로부터 12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올 초 승인 받았다. 국토교통부와 수도권정비위원회 등은 올 3월 SK하이닉스의 산업단지 물량 추가공급 안건을 최종 통과시켰다. 기획재정부 및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이뤄진 SK하이닉스 투자안은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410만㎡(약 124만평) 부지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안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또 다른 SK그룹 계열사들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안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와 팹 건설을 맡기로 한 SK건설은 조성 부지 중 주거시설 용지로 잡혀 있는 17만1500㎡(약 5.2만평) 부지에 4000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안을 추진 중이다. 일반 분양을 동시에 단행할 계획으로 용인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일본이 1차 수출 규제 대상으로 올린 핵심 소재 중 상당수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들이다. 반도체 식각과 세정 등에 사용하는 에칭가스, 소자 제조시 특정 패턴을 만들 때 활용하는 포토 레지스트(감광액) 등이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재고로 쌓아둔 소재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일본과 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설상가상 SK하이닉스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 주요 IT 기업들은 미국의 무역 교전이 지속되자 투자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또 미국 주요 IT 기업들도 D램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자 재고자산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7년 말 11달러 수준이었던 DDR4 8기가비트 D램 고정가격은 올 7월 3달러 미만까지 떨어졌다. 고정거래가는 대형 거래처와 납품사의 제품 공급 계약가다. D램 고정거래가가 이 정도 수준까지 떨어진 건 2016년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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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후 투자…아직은 여유 있어

SK하이닉스는 120조원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자금을 투자할 시기는 오는 2022년으로 아직 3년의 여유가 남아 있다. 이 때까지 반도체 가격이 살아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또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도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부터 10년 동안 분산 투자를 할 것이란 점도 투자 차질 우려를 줄이는 요소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을 단순 계산하면 2022년부터 해마다 12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다만 4개 반도체 팹을 먼저 지을 예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초기 투자비가 이보다 많아진다. 오는 2026년까지 매년 20조~30조원 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후 투자비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실적만 감안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자금이다. 지난해엔 21조4164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현금창출능력(EBITDA)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EBITDA는 6조1420억원에 불과하다.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2조원)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말까지 현금창출력은 10조원 안팎이 예상된다.

6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도 3조1100억원에 그쳐 보유자금으로 투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내년이나 2021년에 실적 반등 모습이 획기적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자금 조달 창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가 사업에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장기적 투자 계획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안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리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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