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원, 헤지펀드와 '찰떡궁합'..PBS 핵심 '자리매김' [델타원 비즈니스의 비밀]②'주타깃' 헤지펀드와 동반선장…대형사, 델타원데스크 속속 구축
최필우 기자공개 2019-08-20 13:02:00
[편집자주]
기초자산과 동일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델타원(Delta 1)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대체투자 기회를 제공하면서 증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히클을 이용한 자산운용사와 상품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부정적 인식 또한 존재한다. 더벨은 증권사 새 먹거리로 급부상한 델타원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델타원 서비스의 핵심 고객은 헤지펀드 운용사다. 헤지펀드 시장이 30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커지면서 델타원 비즈니스도 함께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지펀드에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은 금융상품 소싱, 스왑을 비롯한 델타원 역량을 키워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델타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PBS 조직을 키운 대표적인 곳이다.◇'후발주자' 신금투 PBS, 수익증권 TRS로 '대박'
신한금융투자는 PBS 사업자 중 후발 주자에 속한다. 지난 2017년초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충족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서 PBS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늦게 PBS 시장에 진입한 만큼 계약고가 작지만 수익성 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 대차를 주수익원으로 삼는 타사와 달리 글로벌 금융상품 발굴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자사 고유재산(PI) 투자 경험을 토대로 발굴한 글로벌 헤지펀드를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헤지펀드 풀(pool)에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재간접 투자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당초 DLS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고객 외연을 넓히기 위해 헤지펀드로 비히클(Vehicle)을 넓혔다. 이때 라임자산운용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이 합작한 대표 상품은 무역금융펀드다. 무역금융이란 무역 거래시 발생하는 선결제, 운송비, 원자재 재가공 등에 필요한 단기성 자금 대출이다. 당초 글로벌 은행 주도로 대출을 제공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가 이 시장을 장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3개 무역금융 펀드에 분산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고 봤다.
무역금융 펀드는 결과적으로 신한금융투자 PBS사업부와 라임자산운용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 신한금융투자 PBS사업부는 출범 첫해 400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운용사와 계약을 맺을 때 TRS(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방식을 사용해 스왑 수수료 수익을 챙긴 게 주효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설정액 5조원을 웃도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가 될 수 있었다.
신한금융투자 PBS 사업부의 델타원 비즈니스는 오랜 준비 끝에 자리 잡았다. 임일우 PBS사업부 본부장이 에쿼티스왑팀장 시절부터 글로벌 헤지펀드 플랫폼 '글로벌아이(Globla I)'를 만들며 신사업을 준비했다. 당시 에쿼티스왑팀은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 상품에 주력하던 부서다. ARS 유행이 지난 뒤 스왑 기능, 헤지펀드 운용사 네트워크를 토대로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PBS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델타원 경쟁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델타원데스크와 별도로 PBS 조직을 만든 곳이 많은데 후발 주자인 신한금융투자 PBS 사업부는 해외 금융상품 발굴을 비롯한 델타원을 핵심 기능으로 삼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대형사들도 델타원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 제한된 기초자산…KB증권, 메자닌 TRS 수요 공략
상위권 사업자들도 PBS 조직 내에 별도의 델타원 데스크를 만들고 있다. 델타원 기능을 수반한 스왑 계약 수수료 수익이 현물 중개 수수료보다 높아 향후 주수익원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초 PBS 조직 내에 스왑 거래에 주력하는 에쿼티솔루션부를 별도로 신설했다. 애초에 PBS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스왑에 특화된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업자들은 스왑 계약 기초자산을 상장 주식으로 제한하고 있다. 상장 주식의 경우 시가 평가가 용이하지만 비상장주식, 메자닌, 채권 등은 별도의 외부 평가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차, 레버리지, 마케팅 등의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PBS 사업자는 아직 높은 리스크와 비용을 감수하고 스왑 거래 기초자산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
담보비율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은 메자닌 TRS 담보비율을 100%로 제공하고 있다. 메자닌에 대한 TRS를 제공하면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주식보다 높은 담보비율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는 헤지펀드 운용사 입장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조건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담보비율에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KB증권은 이 분야에 강점이 있다. PBS 조직과 별도로 구축돼 있는 델타원솔루션부는 메자닌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고객 중 하나로 삼고 있다. PBS와 별도 조직이지만 PBS와 다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옛 현대증권 시절 롱숏 ELB를 주력으로 삼으면서 스왑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헤지펀드, 외부 평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온 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PBS사업부에서 이같은 기능을 겸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PBS 조직이 델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원론적 수준의 서비스 제공에 그치고 있다"며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제공하는 TRS 거래가 기초자산 외연이 넓다는 측면에서 델타원 서비스의 본질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코스닥 주총 돋보기]'상폐 위기' 엠벤처투자, 주주 해명 '안간힘'
- FI 지분 되사온 CJ올리브영, ‘승계 플랜’ 본격 가동하나
- 에스텍파마, 폴라리스AI파마로 '새 출발'
- 나무가, '공정 자동화 전문가' 이동호 대표이사 선임
- CJ그룹, 글랜우드PE에 판 CJ올리브영 지분 되사온다
- 고려아연, 강남 영풍빌딩 떠난다…행선지는 종로구
- 태광·트러스톤, 대타협…주주제안 모두 수용
- 송영록 메트라이프 대표 "본사 차원 MS AI 활용 논의"
- [저축은행 이사회 돋보기]SBI저축 사내이사진, 홀딩스 영향력 '주목'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라이나생명, 보장성 집중해 쌓은 킥스 300% '철옹성'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하나금융, 당국 당부사항 '집합적 정합성' 보완
- [하나금융 인사 풍향계]이승열 하나은행장, '재무·영업' 이어 '전략' 시험대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신한금융, 지원 조직 '전방위' 구축...'위험관리·감사' 보강
- JB금융, 표대결 앞두고 '캐스팅 보터' 국민연금 표심 얻었다
- JB금융, '우군' 핀다 의결권 제한됐지만…명분 싸움 계속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신한금융, '인선자문단 제도' 도입해 절차 투명성 높였다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KB금융, '참호 구축' 비판 일축 배경엔 '임기 5년' 제한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KB금융, 금융권 이사회 '젠더 다양성' 선도한다
- 지방금융, 이복현 원장에 '시금고 과당경쟁' 하소연한 까닭
- '표대결' JB금융, 올해도 '글래스루이스·ISS' 등에 업었다